'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그랬다. 노랫말처럼 버들가지가 한들거리는 이맘때면 냇가에 송사리 떼가 철부지 아이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고무신을 벗어 물고기를 잡았다. 얕은 여울에서 '사발무지'로 물고기를 유인하던 재미는 참 쏠쏠했다. 피라미, 버들치, 모래무지, 붕어, 메기, 퉁가리, 은어, 황어, 연어…. 그때 그 많았던 물고기 떼는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달 중순 찾아간 울진 왕피천. 산란기를 맞아 황어가 몰려들었다. 어릴 때 바다로 떠나 성장한 황어가 산란을 위해 자신이 태어난 왕피천으로 회귀하는 중이었다.
왕피천 하류에서 첫 번째 만나는 수산보. 놀랍게도 수산보에 설치된 어도(魚道) 옆으로 황어 수백마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황어들이 빠른 물살을 피해 어도 양안으로 도약하다 그만 외벽 너머로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어도 계단에 비해 외벽이 너무 낮게 설계된 탓이었다. 잘못 설계된 어도 때문에 수백마리의 황어가 이곳에서 떼죽음당하고 있었다.
낙동강 지천인 청도 동창천. 매년 5월이면 이곳에선 은어 치어 방류행사가 열린다. 수십년 전 사라진 은어를 되살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방류된 은어는 그해 가을, 강에서 모두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회유성 어종인 은어가 이제는 동창천에서 바다로 갈 수 없다. 밀양을 거처 낙동강 하구에서 산란하고, 알에서 부화해 바다로 간 치어들이 다시 동창천으로 돌아오는 모천회귀(母川回歸)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곳곳에 들어선 콘크리트 보(洑)와 허술한 어도가 수천년 이어온 은어의 생명길을 단절시킨 것이다.
국내 하천에 보 등 물을 가두는 시설물은 3만6천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 간 이런 시설 덕분에 농사도 손쉽게 짓고 식수난도 덜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하천 생태통로는 갈수록 단절되고 있다. 국내에선 1996년 이후 모든 하천 수리시설물에 어도 설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설치된 어도는 841개로 전체 하천 시설물 가운데 겨우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설계가 잘못됐거나 관리부실 등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다.
4대강에 보 설치가 한창이다. '개발과 환경파괴' 논란 속에 정부는 이곳에 33개의 어도를 설치할 예정이다. 어도 계단 높이를 20cm 정도로 제한하고 기울기는 높이 1m에 길이는 20m 이상(1/20이상)으로 예전보다 개선된 친환경 어도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4대강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한 곳이 많다. 전국 3천800여개의 법정하천과 실핏줄처럼 흐르는 2만2천여개의 소하천에 서식하는 수생동물들은 지금 막힌 물길에 신음하고 있다. 물고기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소상(遡上) 본능이 있다. 그들만의 생존 본능이다. 기능을 잃은 보는 과감히 철거하고 불가피한 보에는 진정한 생태통로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사진·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