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검은 혁명/정상환 지음/지식의 숲 펴냄

입력 2010-04-21 07:14:11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자유와 평등을 향한 투쟁"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이어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흑인폭동. LA 역사상 최대 규모 폭동이었으며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이어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흑인폭동. LA 역사상 최대 규모 폭동이었으며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흑인의 역사적 경험과 오늘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은 미국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인 에릭 홀더가 한 말이다. 미국을 백인의 나라, 적어도 백인들이 이끌어가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의아하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나라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홀더의 이 말은 힘을 갖는다. 미국에서 흑인 문제는 미국 역사의 시작부터 가장 심각한 문제였으며 현재도 여전히 그렇기 때문이다. 이 책은 흑인들의 역사와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며 흑인이 아닌 미국인, 미국인이 아닌 미국인이 미국사회를 알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더불어 '지금 미국의 흑인들은 평등한가?'라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흑인들이 미국의 문을 두드리며 외치고 있습니다. '나를 집 안으로 들여서 난로 가에 앉게 해주십시오. 내가 이 집을 짓는 것을 도왔습니다'." -170쪽-

"이제 흑인의 미국도, 백인의 미국도, 라티노의 미국도, 아시아인의 미국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미합중국이 존재할 뿐입니다." -383쪽-

그러나 미국 사회에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은 흑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9년 11월 '뉴욕 한인들이 느끼는 이민자 차별 대우와 우울증 발병 연관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7%가 미국인보다 '불친절'(less courtesy)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고 있고 차별받는 원인에 대해서는 31.3%가 인종이나 출신 국가와 연관된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인종차별 문제는 또한 미국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인종차별은 엄연히 존재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역시 단일민족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외국인 숫자가 늘었다. 현대 사회에서 단일민족이라는 점이 장점이 된다고 하기도 어렵다. 이제 세계인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고 동반자다.

이 책 '검은 혁명'은 흑인들이 받았던, 그리고 받고 있는 고통과 핍박의 역사를 통해 미국 사회를 짚어볼 뿐만 아니라 단일민족을 넘어 세계민족으로 향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보다 열린 마음으로 이민족을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지은이 정상환은 1964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대구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 역서로 가 있다. 416쪽, 2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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