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첸진(吳前進)(베이징: 신화출판사, 2003)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속담이 맞는 모양입니다. 냉전 종식 이후 중국의 발전 속도에 보조를 맞추어 '중국 위협론'이 팽배해진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후진타오 중국정부의 제 사람 챙기기 정책, 즉 이인위본(以人爲本)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문구만 보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정치의 지향이자 목적이 되는 일반적 언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人)에 대한 해석입니다. 중국 정부가 보호하고 관리해야 될 대상인 '인'의 범위를 내국인에서 중국 국적을 가진 해외 화교, 그리고 중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화인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례로 유럽 등 선진제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체포되는 중국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불법 입국과정에서 발각되어 체포되거나 조난당한 자들에 대해 방관하거나 모른 척하던 중국 정부가 최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국제법적으로 정당하게 대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현지법을 어긴 중국 국적의 중국인, 화교는 물론이고 중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화인까지도 포함되고 있습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성화 이송 과정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국 경찰에게 무력을 행사한 중국 대학생들이 체포되었을 때 중국 정부는 학생 신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에 석방 압력을 행사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현지법을 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화교, 화인, 화족 보호에 혈안인 이유가 있습니다. 냉전 이후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화교, 화인, 화족들의 활약 때문입니다. 우첸진의『국가관계에서 화교화인과 화족』(베이징: 신화출판사, 2003)을 보면 이들이 중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역할과 비중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각지에서 이들은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중국의 현지 진출을 도왔던 것입니다. 책에 기록된 자료를 보면 2002년 기준으로 중국의 해외 화인은 150여개국에 약 3천50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들에 의해 조직된 단체의 수도 1만개에 이르며 화상조직 등과 연계하여 활발히 움직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득도 많은 반면 문제도 많습니다. 특히 불법이민은 중국 정부도 골칫거리입니다. 통계를 보면 2000년 무렵 미국과 유럽으로 진입한 불법이민자의 수는 약 70만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그 중 상당부분이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1989년에서 1990년 사이 중국에서 송출된 불법이민자의 수는 약 15~20만명인데 지역별로 다양합니다. 주로 중국의 푸젠 등지의 연안지역에서는 일본, 한국, 미국, 남미 등지로 갔고 연길, 연변 등 동북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등지로 갔고 저장성 원조우 등지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지로 갔습니다. 1990년에서 2000년까지 10년간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12척의 불법이민 선박이 검거되었는데 그 중 1천600명의 중국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1만4천660명의 불법체류자가 검거되었는데 그 중 43.7%가 중국인이었습니다. 문제는 불법송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입니다. 해당 정부와 중국 정부 간 마찰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불법이주 자체도 국제사회의 공해가 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측면에서의 부작용도 큽니다. 불법이민 문제를 공통의 과제로 삼은 유럽에서는 유럽통합을 배타적으로 만드는 기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첸진의 책을 읽다보면 '중국인'과 '화교, 화인, 화족'을 하나로 묶고자 하는 의도를 간파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숨은 의도가 있는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화교는 외국에 거주하면서 중국 국적이 있는 사람을 지칭하지만 화인과 화족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족적 개념이고 혈연적 개념입니다. 이는 결국 중국인의 범위를 무한히 확대시키려는 것입니다. 자칫 하다가는 우리들 모두 화인, 화족으로 분류될 판입니다.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