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희망근로사업이 중도포기자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6개월간 시행된 희망근로사업이 올해도 출발 한 달여만에 이탈자 몸살을 앓는 것은 노동강도가 지난해보다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또 가시적 성과 중심 프로그램을 양산한 정부의 '몸 때우기'식 희망근로사업 프로그램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올해 중도탈락자 속출은 노동강도가 강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희망근로사업 프로그램을 친서민사업과 생산적사업으로 한정했다. 주거취약지역 시설개선, 슬레이트지붕 개량, 동네마당 조성사업, 인도블록 교체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힘을 써야하는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령 제한없는 희망근로사업의 특성상 50대 이상이 적잖아 중도이탈이 가속됐다. 지난해의 경우 쓰레기 줍기 등 거리 정화 중심의 단순 노동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13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달 초 853개 사업장, 7천577명이 올해 희망근로사업에 나섰지만 이중 1천594명이 그만뒀다. 중도탈락률이 21%로 5명중 1명이 그만 둔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꾸준해 최근 20일 사이 720명 가까이 그만뒀다. 희망근로사업이 처음 실시됐던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동안 14.3%의 중도포기율에 비해서도 많은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1만3천563명 중 1천943명이 포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희망근로사업 중도포기자는 사업 초창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4개월간 희망근로사업이 실시되기 때문에 더이상 중도 포기자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줄어든 임금도 한 몫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하루 4시간, 주 3일 이내로 근로시간이 제한돼 지난해 월 80만원이었던 급여가 올해는 50만원대로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이 힘겹고 급여가 낮아지면서 대구 북구의 경우 중도 포기자 254명 중 89명(35%)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구시에서 수합한 중도 포기자 사유를 살펴보면 541명이 임금문제를 꼽았다. 388명은 건강문제, 349명이 취업성공 등을 이유로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표참조). 이 때문에 희망근로사업 현장에서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시·군·구 관계자들은 희망근로사업 프로그램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면 정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중심으로 사업 계획을 짜다보니 노동강도가 센 프로그램들이 대다수"라며 "정부가 관련 예산 상당액을 쥐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인 프로그램 발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541명 임금문제
388명 건강문제
349명 취업
198명 노동강도
67명 원거리출퇴근
51명 근무환경 등 기타문제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