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갖지 말고, 뽑아서 업무로 판단해 달라"

입력 2010-04-19 10:47:13

대학생들의 외침

16일 오후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이 학교 청각장애 대학생들의 모임인 '손누리' 학생들이 모였다.

청각장애가 심해 수화로 의사소통하지만 이들에게도 취업은 가장 큰 관심사다. 특히 올해부터 도입된 '중증장애인 2배수 인정제도'의 '효과'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중증장애인 2배수 인정제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체에 장애인 의무고용률 및 장애인고용부담금 산정 때 2배수의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 취업을 앞둔 학생들은 새로 도입된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모임 회장 조여동(23·청각장애 2급)씨는 "일반 기업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고,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장애인의 취업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조씨는 "큰 기대는 않는다"고 했다. 중증장애인 중에서도 청각장애인은 예외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미 이들은 오래전 선배들로부터 손으로 전해온 '취업낙방기'를 수차례 봤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은 갖고 있었다. "채용된다면 잘 할 수 있겠냐"고 묻자 학생들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강한 손짓으로 답했다. "뽑아만 준다면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중증장애인이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빛을 보는 경우도 있다. 패션디자이너가 꿈이라는 박씨는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선배 중 한명이 일본의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 그는 '중증장애인들의 전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에 있는 그 선배 역시 한국에서 일하다 제약이 많아 일본으로 나갔다.

청각장애인들은 재능이 있어도 일찌감치 마음을 접는 경우가 상당수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국내 현실 때문에 특수교육과로 진학했던 정사랑(23·여)씨는 "장애 때문에 능력만큼 인정받기 힘들고 소통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교사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정씨는 "장애인들 역시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면서 "사회가 장애인이라고 아무데서나 일해도 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김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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