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손으로 만든 車축제
꽃샘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18일 낮 대구 남산동 자동차골목. "이 차가 포르쉐라는 자동차야. 한번 들여다 봐." 아이의 손을 잡은 아빠가 차안을 가리켰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길로 둘러보던 아이는 아빠와 함께 다른 슈퍼카로 걸음을 옮겼다. 거리에는 사진으로만 보던 슈퍼카와 화려하게 치장한 튜닝카 등 자동차 40여대가 번쩍였다. 람보르기니, 아우디, 포르쉐, 페라리 등 슈퍼카 옆에 선 레이싱모델들이 포즈를 바꿀 때마다 수 십여개의 카메라 셔터가 '타다닥' 소리를 냈다.
주말을 맞아 열린 '제1회 남산동모터쇼'에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찾은 인파들로 북적였다. 주최 측은 이틀간 5만여명 이상이 남산동모터쇼를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자동차부속골목이 생긴 이래 최대 인파다.
고출력 오디오로 무장한 튜닝카들은 쿵쿵거리며 진동을 내뱉았고, 무대에서는 비보이의 공연과 댄스팀, 난타 공연이 이어졌다. 전국에 1대밖에 없다는 DJ박스카가 쏟아내는 음악에 맞춰 레이싱모델들이 좁은 '런웨이'를 걷자 관람객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가족과 함께 찾은 한수연(33·여)씨는 "평소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나와보니 볼거리가 꽤 많다"며 "화려하고 거대한 모터쇼는 아니지만 열심히 준비를 한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국내 처음으로 거리 한복판에서 열린 '남산동 모터쇼'는 70여 곳에 이르는 자동차 관련 업체 상인들이 직접 경비를 내고 손수 꾸민 축제다. 경품 행사를 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생동감있고 실속있는 행사'로 확대하자는 이재철 운영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 2월 모터쇼로 계획을 바꿨다. 문제는 비용. 상인들이 갹출한 경비와 상가번영회 적립금을 모두 털어넣고, 이재철 운영위원장이 1천500만원을 내놓았다.
슈퍼카 섭외도 알음알음으로 해결했다. 슈퍼카를 전시하려면 하루 빌리는데만 300만원이 넘게 드는데다, 슈퍼카 차주들은 자칫 차가 훼손될 수 있는 일반인 공개를 극히 꺼린다. 이재철 위원장은 "슈퍼카를 섭외하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했다"고 털어놨다. 몇번씩 연락을 해 인간적으로 설득한 끝에 최소한의 유류비만 주기로 하고 슈퍼카를 동원했다는 것. 이날 전시된 슈퍼카들의 차량 가격을 모두 합하면 15억원대이고, 전시차 중 가장 비싼 무르시엘라고 LP640의 경우 차량 가격만 5억원에 이른다. 슈퍼카는 대구뿐만 아니라 부산과 서울에서도 불러왔다. 중구청과 경찰을 어렵게 설득해 교통 통제 약속도 받아냈고, 자동차골목 주변의 학교도 일일이 방문해 주차장도 확보했다.
김수재 남산동모터쇼 조직위원장은 "홍보 예산이 부족해 변변한 현수막조차 제대로 걸지 못했는데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상인들도 놀랐다"며 "지자체의 지원만 이뤄진다면 연례 행사로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