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구 공연 '라 트라비아타'로 만난다…소프라노 김수정 교수

입력 2010-04-19 07:27:41

"오페라하우스 건립 이후 대구는 성악 중심지로"

"시댁 식구들 앞에는 처음 서는 무대라 더 긴장되네요."

데뷔 14년째인 소프라노 김수정(43) 안양대 교수는 22일 첫 대구 공연을 앞두고 "살짝 떨린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구의 문화수준이 높고 지역 출신 성악인들의 활약이 눈부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르치는 학생 중에도 그렇고, 콩쿠르 심사를 가도 대구 출신들이 참 잘해요. 오페라하우스 건립 이후 국내 성악 문화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지요."

김 교수는 22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지는 대구시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 역으로 대구 관객들과 만난다. 같은 역을 3명이 매일 나눠서 맡는 트리플 캐스팅(triple casting)이라 22일 하루만 공연한다. "제가 1996년 데뷔한 역도 바로 '비올레타'였어요.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30번 넘게 했지요. 하지만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테크닉이 뛰어나야 되고 어려운 역할이어서 솔직히 부담감이 큽니다."

서울 태생인 김 교수는 지난 2002년 결혼과 함께 '대구댁'이 됐다. 집안 대소사 때마다 수시로 대구를 찾는다. 하지만 이번 공연 때문에 경상도 남자를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제 남편도 그렇지만 대구 남자들은 강한 책임감이 매력입니다. 하지만 가부장 문화의 영향인지 무뚝뚝하고 부엌에는 들어올 생각도 안 하죠. 물 한 컵도 자기 손으로 떠먹으려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번 공연 준비로 지역의 젊은 성악가들을 자주 보면서 솔직히 놀랐습니다. 서울 남자들보다 더 표현력도 좋고 정도 많더군요. 제가 남편한테 속고만 산 것 같아요. 호호호."

서울예고·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 교수는 미국 줄리아드대학원을 졸업하던 199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성악계에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았다. 1982년 홍혜경, 1990년 신영옥씨가 우승한 이 대회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김 교수는 이후 미국 주요 오페라단을 비롯해 한국 국립오페라단, 일본 니키카이 국립오페라단 등과 '라 보엠' '람메르 무어의 루치아'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지난 2008년에는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갖기도 했다.

"대구 연출진의 곡 해석도 뛰어나고 특히 무대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대구 공연을 자주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그래야 진짜 대구댁이 되지 않을까요?"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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