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출동하는 소방차나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최고 5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긴급 차량이 신속히 현장에 달려가지 못하고 길에 갇히는 사태를 막자는 취지다. 양보 의무를 다하지 않는 차량의 소유주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긴급차량에 설치한 카메라로 양보하지 않는 차량의 번호판을 찍어 증거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경찰청도 소방방재청과 협의를 거쳐 소방공무원도 소방 출동로에서 주차 위반 차량을 단속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주행 중 양보하지 않는 차량은 사진 등 간접 증거로 처벌이 가능토록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낸다고 한다. 소방방재청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구급차가 출동해 현장에 도착하는 평균 시간은 8분 18초였으며 응급환자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 4분 이내 도달률은 30%를 겨우 넘기고 있다고 한다. 또 소방차의 62%만이 5분 만에 현장에 출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긴급차량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서구에서는 긴급차량에 길을 비켜주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양보하지 않는 차량에 대해서는 과중한 벌금과 운전면허 정지까지 가하고 있다. 사이렌이 울리면 길을 메운 차량들이 바다가 갈라지듯 긴급차량의 통행로를 확보해 준다.
소방차나 구급차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살피는 불침번이라고도 한다. 불이 났거나 응급환자가 발생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1분 1초가 아쉽다. 그런 점에서 긴급 차량에 대한 양보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긴급차량을 거리의 무법자로 여기는 듯 쉽게 길을 터주지 않는다. 지난달 춘천소방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방차에 길을 양보한 운전자에게 표창을 하기도 했다.
긴급차량에 양보하지 않는 데는 이들 차량의 변칙적 운행에 대한 불신 의식도 한몫을 한다.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변칙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은 탓이다.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고 달려간 긴급차량이 식당에 들른다거나 물건을 산다면 누가 길을 비켜주려고 하겠는가. 양보 의무를 다하지 않는 운전자에게 가하는 처벌 못잖게 긴급차량의 변칙 운행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긴급차량을 보유한 기관이나 업체들은 운행 일지를 꼼꼼히 기록, 스스로 변칙 운행을 규제해야 한다. 그래야 소방차나 구급차가 길에 막혀 피해를 입는 시민들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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