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감각 '라 트라비아타' 이브닝 드레스 갈아입었다

입력 2010-04-16 07:25:12

대구시립오페라단 22∼24일 공연

대구시립오페라단 정기 공연
대구시립오페라단 정기 공연 '라 트라비아타'가 22~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다. 바리톤 구본광, 연출자 정갑균, 소프라노 김상은, 테너 김도형(왼쪽부터).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13일 오전 대구시립오페라단 연습실. 주역 가수들과 합창단, 무용단 등 50명이 넘는 출연진들이 동선과 호흡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었다. 2008년부터 대구시립오페라단과 네 번째 작업을 맡은 정갑균 연출자는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그동안 대구에선 한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대단히 현대적인 라 트라비아타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대구시립오페라단 33회 정기공연 '라 트라비아타'가 22~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가 1853년 초연한 '라 트라비아타'는 수많은 유명 오페라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 화류계의 여자가 순수한 청년을 만나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 되지만 결국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죽음에 이르는, 대단히 통속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속성이야말로 '라 트라비아타'가 시대와 인종을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다. '축배의 노래' '아 그이였던가' '파리를 떠나서' 등 오페라 전편에 걸쳐 흘러나오는 친숙한 아리아들은 각 장면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끌어낸다.

특히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무대, 의상, 연기 등에서 극사실주의적인 연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명한 파티 장면은 19세기 중엽의 화려한 무대라기보다 요즘에도 볼 법한 무도회장을 연상시킨다. 여주인공은 치렁치렁한 유럽 스타일의 드레스 대신 간편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출연한다. 연극, 뮤지컬처럼 성악가들의 액팅(Acting·연기)을 강조한 점도 예전 작품과 차별화를 이룬다.

소프라노 김상은씨는 "비올레타는 잘 알려졌기 때문에 소프라노들에게는 어려운 배역"이라고 했다. 그는 2막에서 사랑하는 남자, 알프레도의 아버지(제르몽)로부터 아들을 위해 떠나줄 것을 종용받는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비올레타는 이 장면에서 이별의 결심을 숨긴 채 알프레도에게 자기를 더 사랑해달라고 열렬히 애원한다. 알프레도 역의 테너 김도형씨는 "라 트라비아타는 공연 때마다 배역의 몰입도가 뛰어나다"며 "특히 이번 비올레타역의 소프라노가 매력적인 용모의 소유자여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웃었다. 알프레도는 자신의 사랑이 배신당했다고 오해한 나머지 비올레타에게 잔인한 말을 던지는 격분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제르몽 역의 구본광씨는 "비올레타가 선입견과 달리 순수한 심성을 가졌다는 걸 알지만, 아들의 장래를 위해 헤어져 줄 것을 요구하는 장면이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날짜별 주요 출연진은 비올레타, 알프레도, 제르몽 역에 22일 김수정, 류정필, 공병우, 23일 김상은, 김도형, 구본광, 24일 이화영, 이현, 이인철. 공연 일정은 22·23일 오후 7시 30분, 24일 오후 4시. 053)623-5859.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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