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기본검사로 중요질병 발견…정기적으로 받아야

입력 2010-04-15 11:44:10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으로는 암 등 중요 질병을 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보건의 달을 맞아 건강검진에 대해 알아봤다.

◆ 건강검진의 종류

현재 국내에 제공되고 있는 건강검진은 크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공적 부분과 병원들이 맞춤 형식으로 제공하는 사적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은 일부를 제외하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반면 병원들이 고소득계층을 겨냥해 내놓는 건강검진 상품은 대부분 고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건강검진은 일반건강검진과 암건강검진으로 구분된다. 일반건강검진은 무료지만 암건강검진은 보험료 기준 하위 50%는 무료, 나머지 계층은 본인 부담률이 10%다. 직장의료보험 가입자는 연령에 관계없이 사무직의 경우 2년에 한번, 비사무직은 매년, 지역의료보험 가입자는 가구주의 경우 연령에 관계없이 2년에 한번, 세대 구성원들은 만 40세 이상이 되면 2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암건강검진은 5개 암(위'유방'자궁경부'간'대장)을 검사 대상으로 하며 일반건강검진을 통해서는 혈압'흉부 X선'빈혈'B형 간염'간기능'혈당 및 콜레스테롤'당뇨 검사 등을 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www.nhic.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국민보험건강공단이 연령과 지역'직장 가입자 구분없이 만 40세와 만 66세가 되는 모든 의료보험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건강검진이다.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서는 암 검진도 공짜다. 만 40세의 경우 위암'유방암'자궁경부암'간암(간염 보균자 등 고위험군에 한해 무료 검사 실시), 만 66세는 5개 암 모두를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다.

◆ 꼭 받아야 하나

자영업을 하는 임윤성(42'대구 북구 동천동)씨는 아직 건강검진을 한번도 받아보지 않았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어 무신경하게 지냈다. 주변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여러번 재촉해서 한번쯤 받아 볼까 생각도 했지만 바쁜 일상에 그냥 치나치기 일쑤였다.

직장인 박성준(43)씨는 지난해 처음 건강검진을 받았다. 직장에서 여러번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통보를 받았지만 X선 촬영, 혈액'소변 검사 등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러워 받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건강검진 대상자 중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34.7%를 차지했다. 그 이면에는 건강검진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깔려 있다. 실제로 몇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길리서치연구소에 의뢰 해 건강검진 수검자 2천61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강검진에 만족하는 비율은 31.5%에 그쳤다. 보통이 50.1%, 불만족이 17.4%였다.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검진 결과에 대한 불신(5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의학전문가들은 건강검진이 만능은 아니지만 효과는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받아 볼 것을 권한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서영성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일반건강검진 항목을 보면 충실히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인 검사만으로도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중요 질병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불신을 갖지 말고 받아야 한다. 특히 암검진을 포함하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의 경우 통계적으로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강검진은 매년 혹은 2년마다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 건강이 걱정될 때만 부정기적으로 받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건강검진도 양극화

건강검진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병원들이 앞다퉈 고가의 건강검진 상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유층을 겨냥한 프리미엄급 건강검진 가격은 300만~6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주요 병원들은 1천만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건강검진 비용이 1천500만원이나 되는 '인터내셔널 CEO 건강 프로그램', 서울아산병원은 1천700만원짜리 '아산프리미엄 멤버십',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1천800만원짜리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를 운영 중이다. 특히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는 이미 올 예약자를 다 채워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에는 최첨단 검사장비와 최정예 의료진을 비롯해 각종 서비스 혜택 등이 포함돼 있다. 심장 등 움직이는 장기도 입체적으로 촬영할 수 있고 검사 당일 심장질환 위험성을 판별할 수 있는 64채널 심혈관 3차원 CT, 한번의 검사로 암을 진단하고 바로 치료에 반영할 수 있는 PET과 CT의 장점을 하나로 합친 PET-CT(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 등이 동원된다.

또 주치의와 전담 의료진이 배정되며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국내외 CEO와 VVIP 인사들을 위해 별도의 병실도 마련된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의 프리미엄 병동은 1천155㎡(350여평)가 넘는 규모로 욕실과 조리실까지 갖춘 VVIP 병실 1곳과 특실 4곳이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도 샤워실과 TV'오디오'인터넷'팩스 등을 갖춘 공간을 마련했다.

대구지역에서는 아직까지 1천만원을 넘어가는 건강검진 상품이 출시된 적은 없다. 건강검진 상품의 대부분은 기본검진에 몇 가지 선택검진을 더한 것이다. 비용은 선택검진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경북대병원 건강증진센터 프리미엄 정밀검진 비용은 390여만원이다. 검사항목은 MRI & MRA 뇌정밀검사, 심장정밀검사, 전신 PET-CT, 흉부 단층 촬영, 남성'여성정밀검사 등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암'뇌졸중'심장'폐'소화기질환'부인과질환'비만 등 테마별 정밀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암정밀검진은 기본종합검진과 암세포 정량검사, PEC-CT 검사 등을 포함하며 비용은 150여만원이다. 이들 검사를 모두 받을 수 있는 통합검사도 있다. 1박 2일 병원에 머무르면서 받는 통합검사 비용은 500여만원에 이른다.

건강검진 전문기관인 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는 VIP종합검진프로그램으로 실버'골드'플래티넘 3가지를 마련해 두고 있다. 플래티넘을 선택하면 기본종합검진, 췌장암'임파선암'유방암, 동맥경화, 심장, 골반초음파, 생체연령측정, 대장내시경, 치과스케일링, PET-CT 검사 등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은 실버의 경우 80만원, 골드는 150만원, 플래티넘은 250만원이다. 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에서 가장 비싼 건강검진 프로그램 가격은 600여만원으로 전신 암검사를 비롯해 호로몬검사, 건강관련 유전자검사, 한방체질 진단에 이르기까지 센터에서 제공하는 모든 검사가 포함돼 있다.

초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비용만큼 효율적인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영상진단기기 발전으로 진단은 정확해졌지만 동시에 방사선 노출 위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첨단 CT 촬영은 일반적인 흉부 X선 촬영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50~10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의료전문가는 "건강검진을 많이 받는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것을 필요한 시기에 받는 것이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를 많이 할수록 검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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