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고공행진'…경차 인기는 '고속주행'

입력 2010-04-15 10:37:17

중고차 딜러 물량확보 전쟁…월 차량등록 100→300대로

휘발유값이 연일 오르면서 15일 오전 시너 업소가 운집한 대구 달서구 옛 비상활주로에는 시너를 넣으려는 승용차들이 몰려들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휘발유값이 연일 오르면서 15일 오전 시너 업소가 운집한 대구 달서구 옛 비상활주로에는 시너를 넣으려는 승용차들이 몰려들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대구 달서구에서 자동차 딜러를 하는 김훈민(34)씨는 지난달부터 경기도에 자주 출장을 간다. 경차 물량을 잡기 위해서다. 김씨는 "상대적으로 여성 운전자가 많은 수도권 지역은 경차가 많고 중고차 값도 싸다"며 "최근 휘발유 가격이 뛰고 있어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직장인 박모(29·대구 북구 태전동)씨는 차 창틀에 꽂힌 유사휘발유(시너) 광고전단을 버리지 않는다. 휘발유 값이 연일 오르면서 휘발유와 시너를 절반씩 주유하기로 한 것. 김씨는 "출장이 잦은 직업이라 한 달에 차량주유비만 40만원 가까이 든다"며 "올해 초부터 회사 유류지원비가 끊겨 기름 값을 줄이려면 시너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경차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덩달아 유사휘발유 시너도 인기다.

2년 전 휘발유값이 ℓ당 1천80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유가폭탄'을 경험한 중고차 딜러들이 최근 앞다퉈 돈 되는 경차 확보에 나서면서 경차 물량이 달리고 있다.

2004년식 마티즈(수동)의 경우 시세보다 20만~40만원 비싼 35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중고차 딜러 김진수(31)씨는 "업체마다 경차를 확보하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검색하거나 차량영업사원 법원 공매를 비롯한 인맥까지 총동원해 '물량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자동차등록 사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100여대 경차 등록에 지나지 않던 것이 올 초부터 휘발유 가격이 요동치면서 경차 등록 건수가 300여대로 껑충 뛰었다.(표 참조) 등록사업소 측은 "차량 연식 때문에 연말보다는 연초에 차량 등록 건수가 많은 추세지만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경차 등록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 휘발유 업소도 덩달아 호황을 맞고 있다. 시너 업소가 운집한 대구 달서구 옛 비상활주로에는 최근 시너를 넣으려는 승용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전에는 젊은 운전자 위주였던 것이 지금은 50대 장년층과 여성운전자들도 시너를 많이 구입하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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