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의 원리 속에는 '경쟁배타의 원리' 또는 '가우스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다른 종의 개체군이 한 서식지에서 생활하게 되면 이들 사이에는 서식처나 먹이 등을 두고 격렬한 경쟁이 일어난다. 이런 경쟁은 생활양식이 비슷할수록 더 심하다. 이처럼 생활양식이 비슷하면 두 개체군이 같은 장소에서 함께 살지 못하는데 이러한 원리를 경쟁배타의 원리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경쟁에서 이기면 살아남고, 경쟁에서 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같은 서식처에 살지만 먹이를 달리 먹거나 혹시 비슷한 먹이를 먹지만 서식처를 달리함으로써 경쟁을 피한다.
교과서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피라미란 물고기가 있다. 보통 시민들에게는 크기가 작은 물고기를 통칭하여 피라미라고 부르는데 실제로는 산란기 때에 혼인색을 띠는 수컷 개체는 무척이나 아름다우면서 20cm이상의 큰 개체들이 금호강, 신천에서도 흔히 채집된다.
피라미와 너무나 흡사해서 사촌간이라 불리는 갈겨니라는 물고기가 있다. 피라미와 갈겨니는 우리나라의 거의 대부분의 하천에서 발견되며 주로 서식하는 장소가 중·상류인데, 동일한 하천의 중간 부분에서 함께 채집되기도 하지만 상류 쪽에는 거의 갈겨니가 살고, 물의 흐름이 대체적으로 완만한 하류 쪽에는 피라미가 서식함으로 서식처를 다르게 하며 또한 두 개체의 복부를 절개를 해 보면 피라미의 창자는 주로 녹색을 띠고 갈겨니는 거무스름하게 보인다. 이것은 서로 다른 먹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으로 피라미는 식물성플랑크톤(부착조류)을 주로 먹으며 갈겨니는 수서곤충이나 낙하하는 곤충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서식처와 먹이를 달리하여 경쟁을 피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돌마자와 여울마자의 경우이다. 이름을 볼 때, 두 종의 한국명 끝에 '마자'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이들 또한 사촌간이라 불리는 물고기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으로서 돌마자는 거의 전 지역에 살고 있으나 여울마자는 낙동강에만 있어 그 분포범위가 매우 좁다. 낙동강에서 여울마자가 살고 있는 곳에는 항상 돌마자도 같이 살고 있는데, 이 경우에 여울마자는 이름 그대로 물살이 빠른 '여울'에 주로 살며 돌마자는 느린 곳에서 산다. 그러나 돌마자는 단독으로 살 때는 물살이 빠른 곳에서도 살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사는 장소를 바꿈으로써 경쟁을 피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물고기 내에서 유연관계가 비교적 먼 종류들끼리도 같은 장소에서 사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점에서 서로간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먹이가 중복될 수도 있고, 사는 장소가 중복될 수도 있으며, 번식을 위한 공간이 상충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생물은 낮에 주로 생활하는 주행성 어류로, 어떤 생물은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어류로 활동시간을 바꾸기도 하고, 식물성먹이와 동물성먹이를 구분하여 나누어 먹거나, 어떤 물고기는 물위의 상층에서 입 구조를 위쪽으로 변형시켜 물위에 있는 먹이를 또한 어떤 물고기는 물의 바닥에 붙어서 바위에 붙어 있는 조류를 먹고 사는 등, 서로가 사는 공간을 나누어 사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에서 서로가 공존하면서 살아간다.
동일한 목표와 대상을 두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물고 뜯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 어떨 때는 물고기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물고기가 사는 세상에서 인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용호(동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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