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공항으로 다시 발전했으면…" 밀양 하남 명례리 이언희 이장

입력 2010-04-12 10:18:53

"정든 고향을 잃겠지만 젊은이들이 떠나 이름없이 사라지느니 고향이 발전하는 게 낫지요."

지난달 26일 만난 밀양 하남읍 명례리 이언희(72·사진) 이장은 한창 4대강 살리기 공사중인 낙동강 둑에 올라 동네를 내려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그는 3대(代)째 이 마을에서 터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20년 전만 해도 고향에 1만5천가구가 살았어요. 지금은 하남읍 전체만 3천900가구로 줄었지요. 젊은이들은 전부 도시로 빠져나가고 얼마 안 있어 고향이 아예 '빈 동네'로 사라질 판입니다."

그러던 차에 날아든 신공항 얘기는 할아버지의 걱정을 조금 덜게 했다. "신공항 후보지 내에 800가구가 비닐하우스와 논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어요. 대부분 노인들뿐이지요. 쇠락해가는 고향이 공항으로 인해 다시 일어서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정든 고향을 떠나야한다는 슬픔은 조금도 없을까? "태어나서 자라고 평생 산 곳인데 왜 없겠어요. 이주 보상비라고 해봤자 고향을 등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정도는 아니겠지요. 공항이 온다면 앞으로 어디 가서 살아야할지 걱정입니다."

할아버지는 그래도 밀양시가 공항으로 인해 국제적인 도시로 우뚝 서게 된다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공항이 바로 옆에 생기면 앞으론 외국여행도 쉽게 갈 수 있겠네"하며 활짝 웃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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