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창하오, 비씨카드배 월드바둑 챔프 격돌

입력 2010-04-10 08:30:00

준결서 김기용 4단-박정환 7단 각각 격파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은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으로 압축됐다.

3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4강전에서 이세돌 9단이 김기용 4단에게 237수 만에 흑 4집반승을 거두며 결승에 선착했다.

6개월간의 휴직을 마치고 지난 1월 복직한 이세돌 9단은 첫 출전 기전인 비씨카드배에서 결승까지 치고 올랐다. 이 9단이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지난해 6월 제2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 결승 진출 이후 10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콩지에 9단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4강 대국 전까지 이세돌 9단의 대 김기용 4단 전적은 4전 전승, 손쉬운 우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실제 반상에서는 김 4단의 작전에 말리며 중반까지 비세에 빠졌는데, 상대의 끝내기 실착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져 결국 4집반의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이 9단은 이번 대회에서만 벌써 네 번째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16강전(콩지에 9단)과 8강전(박영훈 9단)에서는 거의 패색이 짙었던 형세를 흔들기로 역전시켰다. 4강전에서 승리한 이 9단은 복귀 후 14연승을 질주 중에 있다. 이 9단은 3단 시절인 2000년에 32연승을 기록했으며 2007년에는 24연승을 세운 바 있다.

김기용 4단은 시종 호기롭게 이세돌 9단을 몰아쳐 입단 후 첫 세계대회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결국 마지막 끝내기에서 연거푸 세 번이나 큰 실수를 하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편 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또 한판의 준결승에서는 중국의 창하오 9단이 한국의 박정환 7단에게 290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대회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기전 2관왕인 박정환 7단은 이 대국 직전까지 19승 2패, 승률 90%를 상회하는 전적으로 '17세 세계챔피언 등극'을 기대케 했었다. 최근 창하오 9단이 농심신라면배 최종국 역전패와 춘란배 8강전에서 허영호 7단에게 패점을 기록하는 등 기복이 심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리는 상승세의 박정환 7단이 아닌 관록의 창하오 9단에게 돌아갔다. 쌍방 초읽기까지 몰리는 접전을 벌였지만 세계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했던 창 9단의 노련한 반면 운영에 박 7단이 백기를 들었다. 계가까지 갔어도 덤을 극복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는 게 바둑TV 해설을 맡았던 유창혁 9단의 설명이었다.

결승에 오른 이세돌 9단과 창하오 9단은 그동안 13번 만나 이 9단이 7승 6패로 한발 앞서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 대국(2009년 제8회 후지쯔배 8강)에서는 창 9단이 불계승한 바 있다.

이 9단은 지난해 이 대회 4강전에서 조한승 9단에게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었고, 창 9단은 16강 진출에 그쳤었다.

국내외 모든 프로와 아마추어 기사에게 문호를 개방한 비씨카드배 월드 바둑 챔피언십은 세계 최초로 64강 컷오프 상금제를 도입한 것은 물론 예선, 본선 모두를 자비로 출전케 하는 등 기존 대회와는 다른 형식으로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기념비적인 대회다. 전기 대회에서는 중국의 구리 9단이 한국의 조한승 9단에게 종합전적 3대1로 승리하며 초대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우승 상금 3억원(준우승 1억원)인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 바둑 챔피언십의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대망의 결승 5번기는 24일부터 29일까지 펼쳐진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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