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있는 각종 연구개발(R&D)센터가 심각한 기능 부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에는 80~90개나 되는 R&D센터가 있지만 지역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곳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지역기업이 필요로 하는 R&D 과제보다는 정부 R&D 자금 획득을 위한 과제나 결과가 쉽게 나오는 과제에만 매달린 결과다. 이래서는 지역 기업의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도, 원가 절감을 위한 생산 공정 혁신도 불가능하다.
이 같은 현실은 지역기업의 입을 통해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경북본부가 200여 개 지역기업과 상담한 결과 도움이 되는 연구기술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었다. 이는 지역 R&D센터가 기업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R&D센터로 머물고 있음을 뜻한다. 생긴 지 10년이 넘은 대구경북테크노파크나 설립된 지 6년이 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지역기업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R&D센터는 연구기술의 제품화 여부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R&D센터가 내놓은 기술이 얼마나 제품화됐고 그 제품이 얼마나 성공했느냐 등에 관한 기초적인 통계조차 없다. 결국 R&D센터가 헛돈만 쓰고 있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이를 알 길이 없다. R&D센터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한심한 일이다.
대구상공회의소와 대구경북연구원이 이런 풍토를 혁신하기 위해 나섰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대구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철저한 옥석 가리기에 나서 '연구원을 위한 연구' 풍토를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 실적에 대한 평가를 체계화해 기업과 무관한, 연구원을 위한 생색내기용 연구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