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만원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하고 있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자'는 경영이념을 실천, 20년만에 매출 600억원 목표를 향해 달리는 자동차부품 기업이 있다.
경산제1산업단지에 있는 ㈜에나인더스트리(www.ena.co.kr)는 자동차 방진용 NVH(Noise Vibration and Harshness) 고무·플라스틱 부품류와 이그니션(점화장치) 케이블 제품류, 와이어하네스(차체의 전기장치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배선을 세트화한 제품)를 생산하는 선도기업이다.
◆'참말로 좋은 회사, 참말로 좋은 제품 만들겠다'
에나인더스트리 신철수 대표는 대학 졸업과 군복무를 마친 27세 때 부산의 고무 원자재수입회사에 취업하면서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말단사원으로 1년 정도 근무하다 대구로 자리를 옮겼고 6개월 더 근무를 하다 '내 간판'을 내걸고 제조업을 해보고 싶어 사표를 냈다.
1990년 창업 당시 신 대표의 종잣돈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290만원이 고작. 대구 북구 대현동 옛 신도극장 주변에서 공장을 하려고 했던 계획을 실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공장을 마련하려면 적어도 임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0만원 정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보증금을 낼 형편이 못돼 월세를 20만원 내겠다고 사정을 해 겨우 가내수공업 수준의 자동차용 고무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을 시작했다. 자신과 아르바이트 학생 1명, 기계 1대로 출발했다.
에나인터스트리의 에나는 신 대표의 고향인 경남(진주) 사투리로 '진짜' '참말'이라는 뜻이다. '참말로 좋은 회사,참말로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낡은 기계 탓에 고무 배합에 실패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업해 주문을 받아오면 학생이 작업을 하고 이를 납품하기를 2년 정도하면서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게 됐다. 월부로 기계를 증설했고 주문을 늘어 조금씩 성장을 거듭해 1994년 영천 북안면에 패킹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 법인으로 전환했다.
◆R&D에 대한 투자가 성장의 요인
신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연구개발(R&D)을 통한 품질향상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또 현재하고 있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1997년 부설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지속적인 R&D 투자를 했다. 창업 초창기에는 총 매출액의 8∼10%를 요즘은 2∼3%를 투자한다. 지난해에는 기술개발에 15억원을 투자했다. R&D 투자는 품질향상과 지속적인 공급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크라이슬러와 GM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로 등록할 수 있었던 것도 R&D 투자의 결과다.
1999년 설립한 천안공장은 플라스틱 부품류와 이그니션 케이블 Ass'y, 와이어하네스 제품 등 2천여 가지 부품을 생산해 주로 국내 자동차회사에 납품을 한다. 경산 본사 공장은 자동차 방진용 NVH 등 60여 가지 부품을 생산해 95% 이상을 미국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수출한다.
경산 공장은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GM 파산보호 신청 등 미국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R&D 투자는 더욱 빛을 발했다. 신승동 상무는 "지난해 9월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자동차산업 침체의 영향으로 공장가동률이 30∼50% 정도 수준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37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투자로 품질이 좋은 방진용 MVH 부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즘 미국 자동차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으면서 미국 크라이슬러자동차와 GM 등에서는 이 회사에 방진용 MVH 부품을 빨리 공급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신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주문량이 크게 늘어나 미국 자동차 회사에서는 월 3억원의 항공료를 부담하고서도 부품을 빨리 보내 달라고해 항공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사업 다각화
에나인더스트리의 매출액은 2002년 96억원이었으나 2006년 268억원,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는 370억원을 기록했다. 수출도 급증해 '1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은 지 3년 만인 2007년 '1천만달러 수출탑'을 거머쥐었다. 이 회사는 올해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 매출 및 수출목표를 각각 600억원과 2천만달러로 대폭 늘려잡았다.
방진고무 부품은 국내에서는 3개업체, 해외에서도 15개 정도 업체에서만 생산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이 회사는 꾸준하게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향상을 도모했다. 올해는 그동안 개발했던 부품을 양산하고 수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몇년에 걸쳐 폴크스바겐사로부터 방진용 NVH 고무 부품의 기술수준과 생산능력 등의 검증을 받아 통과된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부품 납품을 계약을 성사시켜 내년부터 양산해 수출할 계획이다. 유럽 진출의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이 부품을 수출할 국가는 30여개로 늘어난다.
신 대표는 "그동안 다른 회사에서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고 해서 하지 않았던 분야에 도전해 수익이 나는 구조를 만드는 등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재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자동차 부품과 연계되거나 대응할 수 있는 부품이나 자전거·전기차 부품, 내진 관련 다른 제품 등 독자적인 아이템을 개발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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