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꽃은 사람 마음을 흔든다. 봄꽃을 보면서 세 끼 밥을 걱정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잊고 우주가 만들어낸 완전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에 빠진다. 꽃이 아름다운 건 모양이나 색, 그리고 향기 때문만은 아니다. 꽃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결과로 피어났다. 오직 그 꽃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서 긴 겨울을 견뎠다. 봄꽃이 아름다운 건 그 과정이 꼭 우리의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리라.
견디는 과정이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그저 견디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는, 긴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시기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말한다. 곧 지나갈 거라고,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감동적인 충고가 그저 힘내라는 말이라는 걸 이제 이해한다. 긴 터널을 지나본 사람들은 안다. 그 심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힘내라는 말밖엔 달리 해줄 말이 없다는 걸 말이다. 그땐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으며 어떤 호의도 적의로 느껴진다는 걸 말이다.
신은 인간을 시간으로 길들인다는 말이 있다. 기다림으로 길들이고, 인내로 길들인다는 뜻이다. 기약도 없는 기다림을 해 본 사람, 긴긴 시간을 인내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가혹한 공부이며 얼마나 많은 내 안의 나와 싸워야 하는 과정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온전히 견뎌낸 사람에겐 축복처럼 꽃이 핀다.
겨울을 견뎌낸 봄꽃을 보고 있으면 그래서 감동적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꼭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한 송이 꽃이 되고 싶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내 일상을 사랑하고, 너무 익숙해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내 일과 사람을 사랑하고 불행과 고통마저 사랑한다면 나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이해하고 신이 내게 준 소명을 기쁘게 받아 안고 내 안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선택할 때, 나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어느 봄날, 축복처럼 꽃 한 송이 피워낼 수 있으리라. 어쩌면 그때 비로소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내게 왔던 긴긴 터널이 내 토양에 거름이 되었음을, 힘내라고 내 어깨를 도닥여주었던 게 실은 나를 보호한 우주의 손길이었음을.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다. 행복한 달이다. 우주의 신비가 꽃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달이다.
전문주 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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