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는데, 왜 개미들은 실패만…

입력 2010-04-06 16:11:24

코스피지수가 두 달새 10%나 올랐다지만 회사원 서주호(36)씨에게는 남의 일이다. 김씨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15%다. 다른 주식은 다 오르는 것 같은데, 서씨의 주식은 수면 아래만 맴돈다. 그는 "향후 전망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고르고 골라서 샀는데도 신통치 않다"고 푸념했다.

게걸음만 거듭하던 증시가 날개를 달았지만 돈 벌었다는 개미를 찾기는 쉽지 않다. "손해만 덜 봐도 다행"이라며 한숨 쉬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주가는 오르는데 개미들은 왜 돈을 못 버는 걸까.

◆개미들은 백전백패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8주간(2월 8일∼4월 2일) 156.37포인트(10.0%)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등락 폭은 -9∼6%에 불과했다. 10개 중 6개는 주가가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은 5.7%(27.54p) 올랐지만,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지난 2월 26일 상장 이후 이상과열을 보였던 이미지스(휴대전화 솔루션, +108%)를 제외하면 수익률은 -52∼0%였다.

지난 1~3월에도 개인들은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한국전력(7.18%)과 대한생명(0.69%)을 제외한 나머지 18개 종목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에 그쳤다.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9.38%였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0.42% 올랐다. 이는 개미들이 주로 떨어지는 종목을 사들이며 저점 매수에 나선 탓이다. 포스코(-14.56%) KB금융(-8.54%) 한화(-13.70%) LS산전(-17.22%) SK케미칼(-20.96%) 등 개인들이 관심을 보였던 종목 대부분이 1월에 반짝 오른뒤 내려앉았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달랐다. 올 들어 기관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5.05%에 달했다. 기관들은 현대중공업(36.60%)과 두산중공업(11.71%) 두산인프라코어(25.38%) 대우조선해양(24.00%) 삼성중공업(8.88%) 현대미포조선(50.97%) 등 지난해 많이 떨어졌던 조선과 중공업, 기계업종을 주로 사들여 재미를 봤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도 5.24%로 괜찮은 편이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2.38%)와 LG전자(-5.35%) 현대차(4.55%) 하이닉스(15.33%) 기아차(25.94%) 현대모비스(-12.28%) 등 IT와 자동차주를 주로 사들였다. 특히 3월부터 IT와 자동차주가 재차 반등하고 있어 현재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무작정 사면 손해본다

주가가 올라도 개미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종목의 펀더멘털과 수급, 주가에 대한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기관은 펀드 환매로 '없는 살림'에서 주식을 사는 처지이기에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턴어라운드 종목을 주로 샀지만 개인은 주로 주가가 내려가는 종목을 향후 오를 것이란 기대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와 펀더멘털을 따져 현재 주가를 판단해야 하는데도 단순히 주당 '얼마'로 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외국인의 경우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3천611억원을 순매수했다. 그 중 절반을 이익 전망이 좋은 전기'전자(1조9천799억원)와 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6천568억원) 업종에 쏟아부었다. 달러 약세가 예상되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들이 우량주 중심으로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 그러나 개미들은 테마주 위주로 개별 종목만 따라가기 때문에 소득은 없이 바쁘기만 하다. 실제 지난 8주간 개미들이 많이 샀던 포스코, 한국전력, KT&G 등은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가 집중됐던 종목이다.

과도한 수익을 노리고 조급하게 종목을 바꿔타는 점도 문제다. 개미들 중에는 50~60%의 투기적 수익률을 기대하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업황이 좋은 업종 중에서도 철저하게 종목별로 차별화되고 있다. 투자가 더 세밀화되고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고, 단순 추종은 돈 벌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대구지점장은 "주식은 매수보다 매도가 어렵다"며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은 상태에서 손해를 봐가면서 블루칩으로 옮겨가기보다는 기존 보유 주식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맑음, 코스닥 흐림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세계적인 제조업 지표가 호전되고 있고 엔'달러 환율이 약세를 지속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미국 펀드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천542억원어치를 사들인 연기금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1,700선을 기점으로 쏟아질 펀드 환매 물량은 부담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 중 코스피지수가 1,700~1,800선 사이에 유입된 금액은 9조6천441억원에 이른다.

코스닥시장은 당분간 주가 상승 국면에서 소외될 공산이 크다. 외국인 매수세가 IT 대형주와 자동차 주 등 국내 대표기업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굳이 투자를 한다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우량주나 흑자 전환된 기업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부품주나 전기'기계, 여행 업종 등에서 대표주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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