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신규 대출에만 집중
1년 전 은행에서 3천만원을 대출받은 직장인 이경수(45)씨는 고민에 빠졌다. 대출금리가 내린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였다가, 금리 혜택이 신규대출자에게만 해당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가며 갈아타기에는 혜택이 크지 않고, 그냥 두자니 손해를 보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푸념했다.
돈 쓸 곳이 없어 고민하던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가산금리를 내리고 있다. 대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신규 대출에만 집중되면서 역차별을 받는 기존 대출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대구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 가산금리를 잇따라 인하했다. 올해 초 2.01%포인트였던 가산금리는 지난 2월 0.12%p 내린 1.89%p, 3월에는 0.20%p 내린 1.69%p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간 4.47~6.37%를 나타냈다.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를 대리해 판매하는 금리설계보금자리론 금리를 12일부터 최고 연 0.5%p 내린다. 신규 대출자에 한해서다. 금리설계보금자리론은 1년간 변동금리를 적용한 후 고정금리로 전환되는 금리혼합형 상품으로 3년까지 변동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CD 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는 0.5%p 내린 1.9%p가 적용되고 코픽스 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는 0.41%p 인하한 1.11%p가 적용된다.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거나 금리할인 옵션 등을 선택할 경우 대출금리가 최저 4.3%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외환은행은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영업점장이 전세관련 대출을 포함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최대 0.50%p까지 내려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전세보증대출의 가산금리를 0.20%p 내렸고, 우리은행은 신규 대출자용 CD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를 0.20%p 인하했다.
대출금리는 내리고 있지만 대다수 기존 대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인하된 대출 금리가 신규 대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규일 경우 전월보다 0.23%p 내린 7.41%였지만 잔액 기준일 경우 0.04%p 오른 7.71%였다. 지난해 9월에 비해서는 0.44%p나 올랐다. 기존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보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고 기존 대출을 갚은 뒤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대환을 하는 방법 외에는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셈이다.
상품 출시 후 6개월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코픽스 연동 대출로 전환해도 되지만 주택담보대출에만 해당이 되고 전세대출이나 집단대출, 신용대출 등을 이용하는 고객은 혜택이 없다. 또 '신규 기준' 코픽스 대출을 받더라도 향후 금리 상승기에 진입할 경우 CD연동 대출보다 오히려 이자를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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