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뛰게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모두는 가난했고, 나는 젊었다. 학자가 되어 혁명사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러나 운명은 나를 변화경영 전문가가 되게 했다. 결국 무언가를 바꾸는 일이 천직이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 가슴혁명이라는 단어가 나를 떠나지 않는다. 이 단어 속에는 피처럼 뜨거운 젊은 것이 살아 있다. 가슴혁명은 사랑하는 것이다. 봄 같은 것이다. '사랑에서 멀어지면 삶에서도 멀어지는 것'이라는 말에 깊이 공명하는 것이다. 이 단어가 내 마음의 어딘가를 더듬어 부드럽게 만들더니, 어느 날 아침, 문득 더 이상 경쟁력이란 말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다.
나는 오랫동안 직장인이었다. 경쟁력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그것이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믿었다.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배우고, 실험하고, 책을 읽고, 책을 썼다. 십여 년이 지난 다음 변화경영 전문가라고 스스로 부를 수 있게 되었고, 시장 역시 그렇게 불러 주었다. 이 분야에서 개인 브랜드의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스스로 경쟁력이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뭘 모르고 있었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돕는 사업'이라는 것이 올바른 명제라면, 경쟁력은 고객을 돕는 힘에서 나와야 한다. 그 힘은 근본적으로 내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아니라 고객을 잘 돕는 힘이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목표는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수혜자가 나에게 환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모든 언어는 그 속에 사용하는 사람의 의식이 담겨 있다. 경쟁력이라는 말은 레드오션에서 피 흘리며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각박한 언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푸른 바다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제공할 수 없는 것, 나만의 차별성, 바라고 있었지만 그동안 충족되지 않았던 새로운 수요를 창조할 수 있는 힘, 그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공헌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날 송두리째 내 생각을 바꾸어 버렸다. 좋은 영향력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재능이 많으면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 돈이 많으면 돈을 나누어 줄 수 있고, 젊음이 있으면 젊음을 나누어 줄 수 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아이디어를 나누어 줄 수 있고, 정보가 있으면 정보를 줄 수 있다. 가지고 있는 것, 그 자체로는 힘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먼저 축복받는 방식으로 자신을 위해 쓰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고, 점점 넓혀 좋은 관계에 있는 사람을 위해 쓰고, 나아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때, 그것이 힘이 된다. 그때 선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공헌력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다른 사람과의 싸움을 전제로 한 전투 무기가 아니라 참여하여 도울 수 있는 나만의 차별적 공헌력이 될 때, 우리는 함께 일할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더불어 창조해 낼 수 있다. 경쟁력은 친구를 만들기 어렵게 하지만 공헌력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게 한다.
공헌력의 시작은 세상을 보는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된다. 바로 가슴혁명이다. 빼앗을 수 있는 힘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힘에 대한 동경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다. 나를 정복하려는 힘에 대해서는 대항하지만 나를 도우려는 힘에 대해서는 손을 내민다. 동료와 어울려 하나의 팀을 이룬다면 반드시 내가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자. 마치 파티에 가장 잘하는 요리 하나를 가지고 나타나듯, 잔치를 흥겹게 만들어 줄 멋진 선물 하나를 가지고 나타나라는 뜻이다.
누군가의 관계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은 결코 리더가 아니다.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그저 궁한 사람일 뿐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내놓음으로써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리더다. 그 사람이 거기 있다는 것이 곧 선물이다. 이때 사람들은 "우리가 함께 해냈구나"라고 외치게 된다. 진정한 영광이 주어진다. 가슴혁명은 언젠가부터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마음의 고향을 되찾아가는 엑소더스이며,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정신적 르네상스인 것이다. 늘 물어보자. 내가 가장 잘 공헌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아주 차별적이고, 나만이 줄 수 있는 매혹, 바로 그 필살기를 나는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가지게 되는 날, 우리는 한 분야에서 깊이 공헌할 수 있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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