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가에서 '화력마비전'이라는 군사전략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미군의 군사 교리와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우리 군의 전술전략을 우리 민족 고유의 군사 사상과 접목, 한반도는 물론 미래전의 대응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을 쓴 행정안전부 김진항(58) 재난안전실장은 군에 복무할 때부터 20여년간 군사전략을 연구해 온 군사전략가다. 그러나 그가 한국군의 실정에 맞는 제대로 된 군사전략서를 내놓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예편을 앞두고서였다. "지난 2005년 군단장 진급을 앞두고 제 기대와는 달리 육군포병학교장으로 가게 되면서 진급이 좌절됐지요. 그 때 세상 물정을 알기도 전에 사관학교에 입학, 사복보다 군복을 먼저 입었던 사람으로서 38년 군생활을 정리하는 군사전략서를 제대로 내놓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화력마비전'은 걸프전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코소보 전쟁, 이라크 전쟁 등 최근의 국지전에서 볼 수 있듯 원거리 감시와 통제, 정밀타격을 통해 적의 전쟁수행 체계를 마비·교란·파괴시킴으로써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현대전의 전략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반도의 지형과 전쟁사, 민족적 특성을 접목시킨 우리나라의 전통적 군사사상을 처음으로 개념화하기도 했다. '화력마비전략'은 결국 현대와 미래전쟁의 대응방안이기 이전에 우리 고유의 문화와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군사전략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육사를 졸업하면서 포병 병과를 선택하면서부터 운명지어졌다고 회고했다. 개인화기인 총 대신 대포로 적의 주력을 무력화해야 하는 포병으로서의 38년 군생활이 저술의 기본이 된 것은 당연하다. 대위 때 연세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은 그는 이후 대대장을 마치고 합참에서 근무하다가 우리의 국방대학원격인 미국의 'US.Army War College'로 유학, 군사전략을 배우기도 했다. 합참에서는 두차례나 군사전략과에서 근무하면서 국방계획관리제도 수정작업에 참여하는 등 국방계획과 정책 등 군사전략통으로서의 경력을 두루 쌓았다.
장군으로 진급한 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자 그는 군사전략을 다룰 수 있는 주요 보직보다는 한직을 더 많이 맡게 됐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런 주변상황을 제대로 된 군사전략을 집필하게 된 계기로 만들었다.
"군 시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죠. 하지만 운도 좋았습니다. 군복을 입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일로 평생을 살면서 2성 장군까지 올라 강원도 최전방을 지키는 보병 12사단장을 지냈고 육군포병학교장도 역임한 일은 보람있는 삶이었습니다."
그는 또 "군을 떠난 후에도 국가의 부름을 받아 다시 행정안전부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맡고 있지 않느냐"며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행복할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현재 그는 경기대 정치전문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치고 '포괄안보시대의 국가위기 관리시스템'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다. 군사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화력마비전'으로 끝내고 앞으로는 국가위기관리전략으로 전략의 범위를 넓혀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하긴 원래 그의 꿈은 군인이 아니라 대학교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직생활이 마무리된 후 강단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그의 두 딸은 군인 아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6년 동안 9번이나 전학을 가야 했던 군인을 좋아할리가 없지 않을까. 경북 성주군 금수면이 고향인 그는 성주중을 졸업하고 대구고를 나와 육군사관학교(30기)를 졸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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