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지금 구순을 넘기신 노모께서는 동치미를 이용해서 이름도 제목도 없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옛날 시골에서는 12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 김장 김치가 밥상 위의 주 반찬이었다. 4, 5월이 되어 김장 김치도 시어지고 먹기 힘들어지면 노모께서는 동치미 무 하나와 삭힌 고추를 가지고 별미 비빔밥을 만들어 주셨다. 80여년 전, 경주에서 안동으로 출가하신 노모께서 10명이 넘는 식솔들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우리 집에서만 만들어 먹었던 이름 하여 '동치미 무 고추볶음'이 그것이다. 지금껏 어떤 식당이나 음식점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는 우리 집 별미는 양식이 귀하던 시절 밥에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며 보릿고개를 이겼던 노모의 지혜가 숨어있는 음식이다.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기에 동치미를 담가도 옛날 그 맛이 나지 않기에 노모의 손맛이 깃든 별미가 더 그리워진다.
동치미 무 고추볶음
재료:동치미 무 1개, 삭힌 고추 20~30개,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
만드는 법
1. 동치미 무 한 개를 건져 채를 친다.
2. 동치미 담글 때 함께 넣어 푹 삭은 고추 20~30개를 건져 잘게 다진다.
3.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채친 무와 다진 고추를 넣고 볶는다.
4. 적당히 어우러지면 다진 마늘과 후춧가루를 넣어 조금 더 볶아 낸다.
5. 금방 지은 밥을 큰 그릇에 담고 동치미 무 고추볶음을 적당히 넣어 비벼 먹는다.
※건더기를 건져 동치미 무 고추볶음을 만들고 동치미 국물은 국물대로 따로 떠서 함께 먹으면 소화도 더 잘된다. 영양이 부족하던 그때, 무와 고추는 비타민과 유산균 섭취 역할도 함께 해주었다. 제대로 잘 담가진 동치미 무와 삭힌 고추가 있다면 너무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우리 집 별미이다.
류안수(대구 북구 서변동)
독자 가정의 먹을거리와 맛 자랑을 '우리 집 맛 자랑' 코너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는 일품 요리 혹은 간식 등 다양한 소재의 요리를 만들기 쉽게 원고지 3, 4매 정도의 설명, 추천하는 요리에 얽힌 사연 등을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면 지면에 소개합니다. 이 주간의 요리에 선정되신 분에게는 올브랜 상품권(10만원)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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