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학생들 도서관 절도범 붙잡아…성서署 "직접검거했다"
대학생들이 격투 끝에 잡은 '도서관 도둑'을 형사가 잠복해 직접 붙잡았다고 경찰이 거짓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지난달 31일 계명대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금품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로 Y(28)씨를 붙잡았다고 대구경찰청에 보고했다. "Y씨가 같은 달 27일 도서관에서 J(25)씨의 가방을 훔치려는 것을 형사 3개조가 잠복해 검거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Y씨는 지난해 8월부터 경찰에 잡힐 때까지 44차례에 걸쳐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며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지갑 등 금품이 사라진다는 신고가 잦아 매복 근무하던 중 J씨의 가방을 뒤지던 Y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고 했다. 또 "CCTV에 찍힌 사진이 도서관에 붙어 있어 첩보를 미리 입수하고 매복했다"고 덧붙였다.
성서경찰서가 작성한 검거 경위는 대구경찰청에 그대로 보고됐다. 그러나 성서경찰서 보고는 거짓이었다.
Y씨는 지난달 5일 오후 7시 30분쯤 계명문화대 도서관에서 계명대생 J씨의 가방을 뒤지고 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계명대 학생 K(26)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건축학과 소속 L(26)씨 등 10여명의 학생들이 몰렸고,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계명대 관계자는 "오후 8시쯤 경찰이 CCTV에 찍힌 동영상 등 증거물을 확보하고 범인을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 확보를 위해 K씨 등에게 피해자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고 K씨 등은 대학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인쇄물을 돌려 피해학생 확보에 나서 15명가량의 피해자를 경찰에 연결해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계명대는 도서관 절도범을 검거한 공로로 두 학생에게 표창을 내릴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엉터리 보고서 작성 내용이 알려지자, 학교와 학생들은 "경찰의 '공 훔치기' 아니냐"며 불쾌해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 학생은 "학생들이 힘을 합쳐 잡은 도둑을 경찰이 직접 잡았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코웃음을 쳤다.
성서경찰서의 실적 부풀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불법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 게임장을 덮쳐 업주와 종업원 등 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현장에서 여종업원 1명만 붙잡았을 뿐 나머지 8명 중 일부는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검거자를 추궁해 신원을 확보하면 금방 잡을 수 있다"고 얼버무렸다. 2008년에는 '죽은 사람을 되살려' 입건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사범 4명을 입건했다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정작 검거한 사람은 2명이었다. 이 중에 1명은 몇 년 전 사망한 사람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검거과정에서 공적을 과장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심각한 건 아니다"며 "경찰도 여죄를 캐내는 과정에 기여했다"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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