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올해도 함께 봄의 소리 들으러 가요"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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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최정임(대구 수성구 범물동)
다음 주 글감은 '봄이 오는 소리Ⅱ'입니다.
봄이 오는 소리
-박종영-
봄은 부드러운 시간의 호흡이다
겨울잠을 떨치고 힘차게 융합하는,
생명들의 움틈이다
메마른 길목에 서면
파란 봄이 오는 소리
가쁜 숨결을 만질 수 있어 좋다
쇠락한 바람 밀치고 돌아온 자리
겨우내 언 땅은,
노란 촉 한 개의 성장을 위해
여문 생명의 씨앗을 심는다
차가운 햇볕이 인색하게 빛을 내린다
그제야 몸을 푸는 두꺼운 강물,
정녕 겨울이 깊으면 봄은 가까이 오는 것인가?
땅 위에 귀 기울이니
개나리 노란 웃음기로 달려오는 봄의 소리
♥"조금만 더 기력 회복하세요"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사랑한다. 매년 4월 초가 되면 진해 군항제에 가족들과 할머니를 모시고 다녀오곤 했다. 벚꽃이 피면서 봄이 오는 소리는 내 귀에는 천사들의 합창처럼 들린다. 작년에도 진해 벚꽃축제에 가 사진도 찍으며 할머니 좋아하시는 굿거리 춤, 삼도 사물놀이, 민요마당 등 다양한 행사를 관람하고 향토 음식을 먹으며 즐겼다. 그런데 올해는 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진해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요즘 웃으시는 일이 적은 할머니께 잠깐이나마 웃음을 드리고 싶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진해까지는 못 가더라도 앞산 충혼탑 도로나 팔공산 순환도로의 예쁜 벚꽃이라도 보여드리고 싶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빨간색 옷을 입혀드려서 말이다.
할머니! 조금만 더 기력을 회복하세요. 할머니를 사랑하는 손녀와 올해도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요. 할머니 사랑해요!
김정희(대구 달서구 상인동)
♥할미꽃·목련…봄은 언제 오려나
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과학적으로 따진다면야 당연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아가는 주기에 따른 수광 각도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이치를 흑과 백의 논리로 정확히 맞히려 든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메마를까. 어릴 적, 국어책에 실린 '땅 속엔 땅 속엔 가마솥이 있나봐' 하며 아지랑이를 노래하던 어린 시인의 시상과 함께, 개나리 입에 물고 봄나들이 떠나는 노란 병아리들의 행렬과, 울음인지 노래인지도 모르는 새들의 소리를 노래라고 아름답게 치부하는 외에도 봄이면 추억처럼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뒷동산 묏기슭에 피어나던 할미꽃이다. 지금은 자주 볼 수 없기에 그 추억이 더 아련하지만 솜털 가득한 꽃잎으로 한껏 고개를 꺾고 있는 모습은 따스한 할머니의 등 자락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살짝 그 꽃잎을 들춰보면 핏물처럼 빨갛게 드러나는 속살과 노란 화분. 봄이라지만 여전한 꽃샘 추위에 손자를 품은 할미의 모습으로 그렇게 웅크리며 봄을 재촉하지 않는가. 어쩌면 민초들의 삶을 너무도 빼닮은 꽃. 할미꽃을 피워낸 땅속에선 뜨거운 김이 아롱아롱 피어오르던 이른 봄. 엊그제 마른 잎을 떨쳐낸 능수버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파란 매스게임을 준비하는 이즈음. 그게 바로 봄의 소리이자 향기일 것 같다.
유난히 심한 파고를 겪고 있는 올봄. 출발선에 선 마라톤 주자들이 경기 지연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냥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때늦은 폭설과 봄 장마, 이어지는 꽃샘추위. 담 밑의 하얀 목련도, 학교 담벼락의 노란 개나리도 찬물에 발 담근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입을 꼭 다물고 있고, 일찍 개화한 산수유조차 당혹스런 몸짓으로 파르르 그 가녀린 꽃잎을 떨고 있다. 그러나 산 너머 먼 곳에서 들려오는 인디언의 아련한 북소리처럼 화려한 봄꽃들이 몰려오는 날엔 솜씨를 부려 카메라 속에 그 몸짓들을 담으러 산에 가고 싶다.
서웅교(대구 수성구 범어4동)
♥ 겨울동안 움츠린 내 몸을 펴고
겨울이라 산책을 다니기에는 춥고 적당한 운동을 찾다가 요가를 배우기로 했다. 첫날 선생님을 따라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호흡을 맞추는 것부터 동작 하나 하나에 매력을 느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녀와 조금은 길게 대화를 나누었다. 선생님께서는 '모든 회원들이 제 눈에는 아기로 보입니다'라고 하셨다. 다음날부터는 매트를 깔고 수업을 받았다. 한 시간 동안 그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마음과 몸이 만나 늘리고 오므리고 구부리며 요가를 하니 행복했다. 마지막에 누워서 시체 자세를 할 때면 한 번씩 내 눈 위에다 수건을 올려주거나 털 조끼를 배위에 덮어 주셨다. 그녀의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는 작은 소리로 "내가 가진 것 조금 내려놓고, 너무 많이 받아갑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무척이나 기뻐하시면서 회원들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실 때 힘을 얻는다고 하셨다.
이제 제법 날이 따뜻해졌다. 여기저기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고 뒤따라 목련이 하얀 꽃 봉오리를 수줍게 드러내고 홍매화도 분홍색 꽃망울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더 따뜻해져 산책하기에 좋은 날이 된다면 더 이상 요가 선생님과 함께할 시간이 없을 듯하다.
움츠렸던 겨울 동안의 내 몸을 펴고 반듯이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 요가 선생님! 그녀의 배려 속에 가슴 따뜻함을 느끼며 산책 길 상쾌한 바람과 멀리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며 또 봄 속으로 들어간다.
임명애(대구 수성구 신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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