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영웅' 울려퍼지자 2천여 객석 숨죽인듯
2천여 객석을 감동시킨 것은 베토벤의 '영웅'이 아니라,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영웅'이었다.
1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2010 교향악축제'의 시작을 알린 대구시향의 이날 개막 공연은 대구시향의 달라진 실력을 수도권 관객들에게 선전포고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무대였다. 대구시향은 20일까지 열리는 올해 교향악 축제에 참가하는 총 18개 교향악단 가운데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연주회장에서 만난 김종덕 충남교향악단 지휘자는 "서곡을 듣는 순간, '대구시향의 음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곽승 지휘자가 난해하기로 이름난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선택한 용기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대구시향이 선보인 레퍼토리는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G단조,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경쾌한 서곡에 이어 장중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흐르자, 객석의 눈과 귀는 협연자인 김혜진에게 집중됐다. 아담한 체구의 김혜진이 피날레에서 뿜어내는 박력은 곧바로 객석의 폭발적인 환호와 갈채로 이어졌다.
메인곡인 베토벤의 '영웅'은 관과 현의 밸런스, 특히 사운드의 정리가 돋보이는 연주였다는 평을 받았다. 조금만 소리가 어긋나도 숨김없이 드러나는 난곡으로 정평이 났지만, 지휘자와 단원들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특히 깔끔하면서도 힘있는 피아니시모가 인상적이었다.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아리랑 역시 세련된 연주로 박수를 받았다.
대구시향의 이날 공연은 여러 의미에서 기념할 만한 공연이었다. 교향악 축제의 개막 공연은 여러 교향악단들이 선호하는 무대이지만, 그동안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닉 등 수도권 오케스트라들의 독차지였기 때문. 예술의 전당 정동혁 음악부장은 "지방 오케스트라에 개막 공연을 맡긴 데는 곽승 지휘자와 대구시향이 지난해 교향악 축제에서 보여준 훌륭한 연주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구시향이 수도권에 버금가는 유수의 교향악단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연주를 마친 뒤 가진 리셉션에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이한구 국회의원, 이상연 전 대구시장, 문무학 대구예총 회장 등 지역 인사와 출향 인사들이 참석, 단원들을 격려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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