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땐 은행 대출도 과감하게
IMF 외환위기가 사실 두려웠다. 나보다 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불안했다. 두려움은 가장 무서운 전염병인 것 같다.
당시 내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보다 불안감을 심어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보니 나도 흔들렸다. 전세금 2천900만원과 모은 돈을 합쳐 1억원. 전 재산을 투자하는 일에 모험을 걸어야 했다. 당시는 공인중개사 사무실도 귀한 터라 동네 복덕방이 전부였다. 인터넷 정보도 없었다. 정보라곤 그게 뭔지 몰랐을 만큼 무지했다. 그래서 믿는 거라곤 발품밖에 없었다.
부동산을 보러가 상가(2억~3억원짜리)를 보여달라고 이야기를 꺼내면 물건 빼러 온 다른 복덕방 '스파이' 정도 또는 재미로 공부하는 줄 알고 물건을 아예 보여주지 않았다. 운 좋게 사람 좋은 공인중개사를 만나면 미친듯이 따라다녔다. 물건을 보여주신다고 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OK.
당시 나의 투자 초점은 내가 일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기는 월세수익이었다. 돌아보면 미치지 않고는 못할 것 같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길을 가다 마음에 드는 상가가 있으면 주인을 찾아가 물었다. 그런 식으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서슴대지 않았다.
그렇게 다리품 팔기를 한 지 얼마 지나자, 대구시내 웬만한 건물 및 땅 값 정도는 자연히 터득하고 상가 월세 계산은 자동으로 할 경지에 이르렀다. 어느날 3억5천만원짜리 다가구주택 건물을 만났다. 급매물로 나온 것이다. 마침 우리의 자금규모와 맞았다. 딱 두 번 보고 결정을 했다. 나는 이거다하는 생각과 판단이 들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원했던 3층 건물. 지은 지 1년이 채 안 되는 새집이었다. 3억5천만원짜리 급매물을 현금 7천만원을 손에 쥐고 흥정한 덕분에 2억3천만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 6m, 8m 도로를 끼고 있었고, 순환도로가 가까이 있었다. 백화점이 들어올 예정이었으며 지하철역과 공원도 가까웠다. 대지 60평에 건평 100평 정도. 3층은 40평 정도로 넓어 마음에 들었다.
버는 족족 한 집 한 집 전세를 월세로 바꿨다. 1, 2층 4가구를 전부 월세로 돌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후 들어온 알찬 월세 수익 덕분에 자랑스런 이 다가구주택은 성공상품 1호가 됐다.
돈이 모자라서 은행대출을 냈지만 돈을 빌리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은행 돈을 내 돈처럼 쓸 줄 아는 것은 재테크의 기본자세이다. 단, 빌려서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고 재테크 성패도 갈린다. 이자를 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금리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나는 은행돈을 내돈같이 썼다. 당시 금리는 18% 확정금리였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 무모한 투자가 아니었고, 부동산이란 현재 시기에 대한 판단보다 미래가치를 사는 일이라고 믿었다. 10년 후 궁상맞은 아줌마로 살 것인가? 도도한 왕비로 살 것인가? 그것이 나의 재테크 화두였다.
권선영<다음(Daum)카페 왕비재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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