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 멀다하고 병원에 실려갑니다"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가진 서한슬(가명)군은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답지 않게 의젓하고 인사성이 밝습니다.
하지만 한슬이는 '신증후군'을 앓고 있어 마음대로 뛰어놀 수가 없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달한 아이지만 신나게 뜀박질이라도 한번 했다 치면 이내 몸에 무리가 옵니다.
'신증후군'은 신장에 이상이 생겨 혈액 내의 단백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다량의 단백뇨가 나오고, 이로 인해 몸 안의 단백질이 소실돼 저알부민혈증(hypoalbuminemia)이 발생하는 병이라고 합니다.
피로감이 심한 것이 특징이고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혈뇨와 당백뇨를 비롯해 부종이 나타납니다. 심할 때는 쇼크 증상이 오는 경우도 있지요.
◆마음껏 뛰어놀고 싶어도…
한슬이가 처음 신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4세 무렵입니다. 눈병이 심하게 와서 두 달간을 고생한 뒤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의 몸이 너무 부어서 처음에는 살이 찌는가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부기는 좀체 빠지지 않았고, 뛰어놀기 좋아하던 아이가 자꾸 쓰러져 잠이 드는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더니 '신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상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습니다. 너무 자주 재발해 의사선생님도 난감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벌써 한 달이 멀다 하고 병원에 실려가고 있습니다. 한번 병원에 실려가면 100만원가량의 병원비가 발생합니다. 알부민 주사를 맞아야 하고, 약이 잘 듣질 않아 고가의 약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합병증까지 겹치면서 양쪽 눈에 백내장이 와 조만간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고, 척추쪽 뼈도 약해져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워낙 병원에 누워있는 날이 많다 보니 한슬이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질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학교수업을 빠지는 날이 많아 아이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고, 신증후군으로 체격마저 여느 아이들보다 작고 힘이 없는 편이어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한슬이는 "반에서 제일 덩치 큰 친구가 와서 만날 '씨름하자'며 나를 벌렁 들어 내동댕이 치곤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정말 다행입니다. 마음씨 착한 담임선생님을 만났고, 개구쟁이 같은 반친구도 없어 한슬이는 요즘 "학교가는게 즐겁다"고 말합니다. 한슬이 엄마 이양진(45)씨는 "최근에는 학교 생활에도, 친구들이랑 어울리는데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얼마 전부터 정부에서 제공하는 스포츠바우처를 통해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운동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 것이 아빠를 꼭 빼닮았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자꾸 마음이 약해지는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힘이 빠질 정도로 뛰어노는 것도, 마음대로 이것저것 먹는 것도 못하게 해야 하지만 조금 한슬이의 증세가 나아진다 싶으면 마음이 약해져 흔들리게 되는 것이죠.
"신장이 좋질 않으니 음식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하지만 먹고 싶다고 보채는 아이에게 모질게 거절하질 못한다"며 "빨리 증세가 회복돼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병원비도 허덕이는 살림
한슬이 아빠는 지난 1월, 대구에 눈이 많이 내린 날 오토바이 운전을 하다 미끄러져 사고가 났습니다. 한슬이 아빠는 오토바이로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눈이 와 일을 가기 싫다고 투덜댔었는데 내가 억지로 등을 떠밀어 보냈더니 그런 사고가 났다"며 "갈비뼈에 금이 갔는데 원래 몇 번의 교통사고로 다친 적이 있어 여전히 다리와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주부터는 몸이 웬만큼 회복돼 다시 일을 나가고는 있지만 통증이 있는데다, 일거리가 많질 않다보니 벌이가 시원찮습니다. 한 달에 50만원 벌기가 힘이 듭니다. 이씨는 "사실 한슬이 때문에 남편도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며 "공장에서라도 일자리를 찾으면 지금보다 많은 월급을 받겠지만 워낙 한슬이가 자주 쓰러지다보니 한슬이 간호와 동생(여·초1)을 돌보는 문제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기도 곤란하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한슬이 엄마 역시 건강이 좋질 않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린 것이 벌써 몇 년째입니다. 아이 둘을 놓고 나서 산후풍과 신경성 질환으로 어지럼증이 생겼는데 증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슬이 엄마는 식당일이라도 해서 아이의 치료비를 보태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다고 가슴아파 했습니다. 이씨는 "최근에는 증세가 더욱 심해져 왼쪽 머리부터 발끝까지 알수 없는 통증이 계속 발생한다"며 "정밀 검사를 받아 이유라도 알고 싶지만 한슬이 병원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가정 형편에 내 몸은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한슬이. 언제쯤이면 이 예쁜 눈망울의 아이가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