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구조를 위해 심해를 넘나들던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UDT) 소속 한주호 준위가 무리한 구조 작업의 여파로 어제 순직했다. 호흡 곤란에 따른 의식불명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최악의 작업 조건임에도 한 명의 동료라도 더 구하기 위해 심해 잠수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구조에 나서다 쓰러지고 만 것이다.
한 준위의 고귀한 희생은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슬픔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천안함 침몰이라는 미증유의 비상상황에서 우리의 조급증이 부른 또 다른 비극이다. 경력 35년의 베테랑인 한 준위가 왜 희생되어야 했는지 군이나 정부, 정치권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상사태시 체계적인 대응 지침이나 훈련, 관련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또 다른 희생을 부른 것이다.
이처럼 천안함 침몰과 후속 대응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점들은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에 많은 의문점을 던져 주고 있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뻔한 상황에서 책임 추궁부터 들먹인 정치권이나 일사불란하게 구조와 진상 규명에 대처하지 못하고 의혹을 키운 정부와 군, 분별없는 여론 모두가 마찬가지다. 모두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일을 그르치고 있는 것이다.
순직한 한 준위는 자기 몸 돌볼 겨를 없이 오로지 임무에 충실하다 죽음을 맞았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치권과 정부, 군, 국민 모두 비상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끝까지 구조에 최선을 다한 후에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많은 해군 장병들과 한 준위의 희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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