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문 외국인 눈에 보이는 것은 아파트 공장 뿐
대구의 관문에 대해서 점수를 매기면 과연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마땅한 상징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시각이다.
기자는 미국인 에일리스 키어런스(25·여)씨와 20일 오후 주요 관문을 경유하며 의견을 물었다. 4개월 전 동대구역을 통해 대구를 처음 접한 그는 대구의 도시 이미지를 '회색'으로 규정했다.
◆대구 관문은 회색빛 아파트 바다
24일 경산에서 시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2호선 도시철도 연장 공사가 한창인 구간이다. 가장 눈에 띈 광경은 사방으로 뻗친 아파트 숲이었다. 키어런스씨도'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어딜 가나 아파트뿐이에요. 그것도 전혀 현대적이지 않고 한결같이 박스 형태죠. 색깔도 너무 단조롭고요."
키어런스씨의 지적은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도중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성IC에서 동대구IC 방향 도로 오른쪽으로도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화원에서 남대구IC로 방향 도로 오른편도 '아파트 바다'(sea of apartments)다.
키어런스씨는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파트 아니면 공장, 빌딩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 사이로 논이며 밭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네요. 방문객을 처음 맞이하는 건물 치고는 교도소처럼 너무 조잡한 것 아닌가요?"
남대구IC에서 북대구IC로 가는 길에도 비산염색공단, 제3공단의 회색빛 공장과 굴뚝 천지였다.
◆'국제' 없는 대구국제공항
20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공항에 도착했다. 승객 이동이 잦은 주말이라 이용객이 많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기대감은 여지없이 깨졌다. 1층 대합실은 평일(16일)보다 사람이 더 적었다. 2층 대합실에선 인기척을 느끼기조차 힘들었다.
키어런스씨에게 대구공항이 국제공항이라고 설명하자 "진짜냐?"고 되묻는다. "시실리 공항은 대구공항처럼 작긴 하지만 항상 사람들로 붐벼요. 이곳에선 짐 들고 있는 사람을 보기도 힘들군요."
"공항이 활성화하지 못해 취항 노선이 적다"고 설명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이 전체적으로 오래된 느낌에 노인들이 많아 꼭 퇴직자 모임터 같아요. 바깥을 봐도 '컬러풀 대구'를 떠올리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구 시민들이 생각하는 대구 관문 경관
대구 관문 경관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평가 역시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회사 출신인 J(50)씨는 "승용차와 열차를 이용할 때 보이는 대구의 첫인상은 저학년 아이가 잘못 만든 흙 반죽 위에 고학년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우기며 덧작업을 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서대구·북대구IC 주변은 "공업지구처럼 보이면서도 작은 시골의 농공단지 같은 느낌"이라고 했고, 시지 입구 쪽은 "양복 입고 갓 쓴 것처럼 시각적으로 어색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EXCO 김재효 사장은"무엇보다 대구 관문의 이미지를 떠올릴 핵심 상징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대구의 상징성을 살릴 수 있는 경관 개선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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