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 뒤에서 보면
다 내 엄마 같다
무심한 곳에서 무심하게 놀다
무심하게 돌아갈,
어깨가 동그럼하고
낮게 내려앉은 등이 비슷하다
같이 모이니 생각이 같고
생각이 같으니 모습도 닮는 걸까
좋은 것도 으응
싫은 것도 으응
힘주는 일 없으니 힘드는 일도 없다
비슷해져서 잘 굴러가는 사이
비슷해져서 상하지 않는 사이
앉은자리 그대로 올망졸망 무덤처럼
누우면 그대로 잠에 닿겠다
몸이 가벼워 거의 땅을 누르지도 않을,
어느 날 문득 그 앞에서 우리를 울게 할,
어깨가 동그럼한 어머니라는
오, 나라는 무덤
------------
같이 사는 팔순 노모도 매일 노인정에 나가신다. 한 번씩 몸살의 통증을 못 견디실 때를 제외하곤 파스를 붙여가며 빠짐없이 출근하다시피 하신다. 이십여 년 전 풍을 맞아 한쪽 팔다리를 잘 못 쓰는 바람에, 바람만 세게 불어도 걷기가 불안해서 조심조심, 집사람이 부축해 모셔다 드리곤 한다. 왼손 젓가락질을 끝내 못 익혀서, 포크 없이는 아예 식사를 못하신다. 이제 할머니들은 그렇게 다 "어깨가 동그럼하"곤 해서, "앉은자리 그대로 올망졸망 무덤처럼" 비슷하게 닮으셨다. 삼십 년째 모시고 살아 이젠 속마음까지 편해졌다는 집사람은, 아직도 어머니가 노인정 나가시고 안 계시면 조금 더 마음 편해한다. 집사람에게도 어느 날, "어깨가 동그럼한 어머니라는/ 오, 나라는 무덤"이라는 생각이 들었겠지?
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