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작가회고전- 전선택, 김진태 / ~ 4. 11 / 대구문화예술회관
2년 전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했던 고 박현기의 회고전이 지금 서울 현대화랑에서 다시 조직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현대미술 운동 속에서 시작한 그의 작품세계를 국내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재조명해 선보였던 앞의 전시가 현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서울 전시의 바탕에 크게 기여했음은 분명한 일이다. 그동안 대구문화예술회관이 해온 일련의 사업 중 아마도 가장 괄목할만한 일들이 지역 작고 작가 발굴전이나 생존 원로 작가들의 회고전 등을 꾸준히 개최하면서 대구 예술가들의 수준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동시에 전시 준비 역량을 높여갔던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전선택, 김진태 두 원로 작가들의 회고전으로 시작하는 이 기획 사업은 뚜렷한 목적의식 하에 펼치는 가장 의미 있는 행사로 앞으로도 그 가치를 더욱 발하게 될 것이다. 각각 2개 전시실을 사용하여 두 작가의 1950년대 작품부터 최근까지의 40여점 이상씩 전시하고 또 한 방에서는 작가들의 지나온 자취를 인터뷰한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하여 기타 관련 자료들과 함께 관객의 감상을 돕도록 했다.
회고전은 한 작가의 일생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으로서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엄숙하고 숭고한 체험을 하게 되는 자리다. 생애와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특히 작가 개인의 발자취를 근현대 미술사 전체의 맥락에서 짚어볼 수도 있다. 이렇게 한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하고 1차적인 자료 수집과 정리를 통해 아카이브를 구축함으로써 미래의 지역 미술, 나아가 우리 미술 전체의 역사를 쓰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산을 모으게 된다.
전선택 선생은 근대에 이름 높은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고장인 평북 정주 출신으로 민족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통과해 대구에 정착하게 된 월남 작가다. 오랜 세월 실향의 외로움을 견디면서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순수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지역 미술을 한층 다채롭고 풍부하게 발전시키는데 공헌했다. 또한 김진태 선생은 오랫동안 대구교대에 재직하면서 교사 양성 교육에 기여한 바가 클 뿐 아니라, 소신 있는 조형 이념과 개성 있는 필치로 자연을 재해석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해 온 성실함으로도 존경받는 작가다. 특히 이 두 분은 김천 농림고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나 김진태 선생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끼친 인연이 있어서 함께 마련된 이번 전시의 뜻이 더욱 각별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시대의 요구와 작가 개인의 주관이 교차하며 빚어낸 작품세계의 전개 속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한 흐름을 보며, 동시에 작품에 담긴 두 예술가의 일생의 꿈과 염원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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