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이 대구시향, 무용단, 국악단 등 27명의 재평정 대상자 중 13명을 재위촉에서 제외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대구시향이 16명 중 6명, 무용단이 10명 중 6명, 국악단 1명으로 절반 가량이다.
이번 평정은 대구시립예술단 40년사에 사상 최대 규모 평정이라는 점에서 올 초부터 대구문화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관심의 한가운데에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있다.
평정 결과에 대해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적잖다. 의외라는 뜻은 탈락자 규모가 기대(?)보다 적다는 얘기고, 그 대상은 대구시향이다. 단원 조련사로 혹독하기로 이름난 곽승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취임한 후 1년을 벼른 결과치고는 그렇다는 것이다. 재평정 탈락자 6명 전원이 현악기 연주자인 점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곽승 지휘자는 23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욕심 같아서는…"이라며 말을 아꼈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재평정 커트라인(70점)을 통과한 10명 전원이 '80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술감독은 재계약 기간을 통상의 절반인 1년으로 줄 수 있고 실제 곽승 지휘자는 이들에 대해 12월 재 오디션을 실시하겠다고 문화예술회관에 요청했다. 그는 "두 번의 평정에서 각 파트 수석·차석 자리가 여러 개 비었다. 연말에 더 좋은 단원들을 뽑겠다"고 했다. 또 "세상에 가장 들어가기 힘든 교향악단이 세 개 있는데, 뉴욕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그리고 대구시향이라고 하는거라. 오죽하면 이런 조크가 있겠어요?"라며 '고인 물'을 비판했다.
대구시향은 곽승 지휘자 취임 후 대구시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시향 공연 표가 공연마다 매진되기는 처음이었고, 전국교향악축제 개막 공연(4월 1일)을 대구시향 창단 처음으로 맡게 된 것도 곽승 지휘자가 온 이후 변화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구시향의 이런 위상 변화가 과연 단원들의 기량 향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마에스트로 곽승'이라는 지휘자 한 명의 이미지 덕분인지 의심스런 시선이 분명 존재한다. 이번 재평정 결과를 의외로 받아들이는 상당수가 후자를 걱정하고 있다. 취임 1년 6개월을 맞은 곽승 지휘자는 이런 열광 뒤의 '냉정한 시선'을 감지해야 한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기량 향상으로 입증해야 한다. 현재 시향은 좋든 싫든 대구시립예술단 개혁의 상징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곽승 지휘자는 2008년 9월 취임 인터뷰에서 "단원들 사이에 스스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자체가 희망을 내포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향의 혹독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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