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반장선거 나갔는데…내 이름 써내 1표 받았어"
♥ 친구 사귀려고 출마한 아들
중학교 3학년생,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 둘을 둔 나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언제나 바쁘다.
"책가방은 챙겼니? 수저는? 오늘 학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사 잘 해야 돼!" 언제나 하는 말이었지만 올해는 다른 해와 다르다. 작년 겨울 2년 전 분양받은 새집으로 이사를 해서 전학을 했기 때문이다.
방학 내내 "이사 가는 거 싫은데. 이사 가는 사람은 학교 가서 힘들다던데." 하며 투정을 부리던 둘째 아들 때문에 개학 첫날부터 긴장이 되었다. 친구 새로 사귀는 것 힘드니까 엄마가 책임질 거냐고 툴툴거리며 아들 녀석은 대문을 차고 나갔다. '친구들이랑 잘 지내야 될 텐데' 걱정이 앞섰지만 학교 싫다는 소리 할까봐 차마 물어보진 못했다.
며칠이 지난 후 저녁 준비에 바쁜 내가 아들 녀석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더니 아들 녀석이 내 치마를 잡고선 막 화를 냈다. "잠깐 내방으로 들어가면 안 돼? 중요하단 말이야!" 무슨 일일까? 덜컹 걱정이 되었지만 둘째 녀석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나 잘하나 봐줘." 차렷 자세에 제법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저를 회장으로 뽑아주시면 학교와 우리 반을 잘 이끌 수 있는 성실한 회장이 되겠습니다." 순간 울컥해진 마음을 감추며 물었다. "왜! 뭐 할 거야?" 아들 녀석은 입을 삐쭉이 내밀면서 "내일 회장 선거 나갈 거야! 친구 많이 사귀려면 그래야 돼."
그러곤 조금 쑥스러운 듯 내 반응을 기다렸다. "정말 잘했어. 목소리만 조금 더 크면 회장 당선되겠네." 나름 친구 때문에 혼자 걱정을 많이 했던가 보다. 대견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했다. 다음날, 궁금한 마음에 아들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약간 상기된 목소리가 전화로 들려왔다. " 엄마 나 0표 받았어. 근데 친구 3명이나 사귀었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김선옥(대구 수성구 두산동)
♥ "엄마가 안 도와줘서 미안해"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처음으로 회장 선거라는 것을 접하면서 벌써 며칠 전부터 회장 선거에 나간다며 부산하게 집안을 왔다 갔다 하더니 고등학생 오빠에게 어떻게 하면 회장이 되냐면서 벌써 회장이 된 듯 한껏 부풀어 있었다. 큰아이가 쭉 회장을 지내 나름의 노하우가 있지만 딸에게는 눈을 감았다. 물론 자식이 회장이 되면 기쁘고 뿌듯한 면도 있지만 장사를 하면서 시간에 쫓기듯 생활하는 나에게는 회장 엄마의 역할이 쉽지만은 않았다. 또한 큰아이 때 회장을 쭉 했었기에 그다지 회장에 대한 설렘도, 욕심도 없었다.
드디어 회장 선거 날 아침에 예쁘게 머리 묶으면서 한마디 해줄까 생각하다가 혼자 부딪혀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해 아무말 하지 않았다. 오후에 가게로 딸의 전화가 왔다. 약간 시무룩한 목소리로 기가 죽어보였다. 연설문을 멋지게 준비해온 친구가 당선되었고 자신은 한 표가 나왔다고 했다. 아무리 준비를 안 해도 한 표는 너무하다 싶어 누가 널 찍었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자기 이름을 적어서 그나마 한 표가 나왔노라고. 한 친구는 한 표도 나오지 않아서 울었다며 자기는 그 친구 때문에 덜 창피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 위안이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씩씩하게 2학기 때는 원고 준비해서 나갈 것이라고 얘기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너무 무심했나 싶어 딸에게 미안하고 행여 기가 죽지는 않을까? 아이가 얼마나 창피해했을까? 싶어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
승리야, 2학기 때는 멋진 연설문을 엄마랑 써서 큰소리로 연습하고 준비 많이 해서 회장 선거에 나가자. 엄마가 힘껏 밀어줄게. 파이팅!
홍영경(대구 달서구 장기동)
♥ 맞벌이 부모 생각해 전교회장 포기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딸은 부반장, 반장을 거쳐 작년에는 전교 부회장까지 했다.
밥상 앞에서 남편이 딸에게 은근히 물었다. "송이는 올해 전교 회장 나가보지?" 그러자 딸은 고개만 살랑살랑 흔들었다. 난 속으로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 식구들을 놀라게 하려고 그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전교 회장은 안 나가고 반장이 되어 왔다.
기왕 반장 할 거면 작년에 전교 부회장 했으니까 올해는 전교 회장이라도 할 줄 알았더니 반장으로 만족하기에 넌지시 물어봤다. "송아, 왜 회장선거 출마 안 했어" "회장 출마하면 선거 운동원도 5명 있어야 하고 내가 회장 하면 엄마가 힘들잖아. 엄마도 아빠도 일 다니는데, 그래서 전교 회장은 포기했어." 일찍부터 철이 들어 엄마 아빠 힘들까 봐 걱정까지 하는 우리 딸. 요즘 우리 부부는 힘들어도 딸 때문에 웃으며 산다.
우리 딸 반장 선거 유세를 어떻게 한 줄 아세요. 유인물도 없이 앞에 나가서 "1년 동안 시험이 7번 있는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학급을 즐겁게 이끌겠습니다." 했더니 "와~ "하더래요.
오월선(김천시 신음동)
♥ 부회장 엄마서 '샌드위치 엄마'로
"엄마! 낼 햄버거나 음료수 우리 반 친구들한테 나눠줘야 한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빵이랑 과자를 나눠줬는데 내만 아무것도 못해줬다."
무슨 말인가 싶어 나눠줘야 하는 이유를 알고 베풀어야지 했더니 가방에서 구겨지다 못해 찢겨 너덜거리는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임명장이었다. 받은 지 보름이 훌쩍 지난 임명장. 평소에도 아이 가방을 검사할 때면 가방 밑바닥에 구겨져 있는 상장을 발견할 때가 더러 있다. 매번 그러지 말라고 타일러도 상에는 무관심한 녀석이다.
"니 반장도 아니고 부반장 됐나. 그래도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뭐라 했는데 뽑아주더노?" 물었더니 아들 왈 "나를 반장으로 뽑아주면 운동장을 인조 잔디로 바꾸겠습니다" 했더니 표를 많이 주더란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간 날 빵집에서 식빵을 구입했고 식품 가게에서 야채를 구입했다. 편하게 돈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내가 직접 만들어 주고 싶었다. 사온 재료를 삶고 절이고 호일에 하나하나 포장을 했다. 하교 시간에 맞춰 시원한 음료수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갔는데 단골 고객이라고 음료수를 배달해준다고 했다. 메모지 한 장을 얼른 빌려 빨간 글씨로 썼다.
'친구들아 집에 가서 먹는다고 시간을 지체하면 상할 수 있으니 교실에서 다 먹고 하교하길 부탁해. 그리고 친구들 사랑해.'
이후 시간이 흐른 어느 날부터 난 부회장 엄마가 아니라 샌드위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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