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장벽 허문 '유통기한 해결'…대기업들, 지역시장 거센 공세
지난해 막걸리는 주류계의 '보조출연'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뒤안길로 사라지던 막걸리가 일약 '국민술'로 떠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 싼 가격에 몸에도 좋다는 얘기에 너도나도 대폿잔을 기울이게 했다. 하지만 막걸리 열풍 뒤에 가려진 그늘도 적지않다. 유통기한 때문에 넘지못했던 지역 경계가 무너지고 각 지역의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대기업 공세에 흔들리고 있는 것. 또 대표 전통주임에도 원료는 수입산에 의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관계기사 3면
◆막걸리 인기는 진행형
막걸리의 인기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지난해 소주와 맥주, 위스키의 소비량은 줄어든 반면 막걸리 소비는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내수량은 20만2천㎘로 2008년 13만5천629㎘에 비해 49% 증가했다. 막걸리가 통계에 잡히기 시작한 2000년 9만2천52㎘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2009년 막걸리 생산량은 20만7천925㎘로 2008년 14만161㎘에 비해 48.3% 증가했다. 반면 위스키 내수량은 4천679㎘로 전년(7천299㎘)보다 35.9% 감소했다. 맥주 생산량도 174만4천927㎘로 3.7% 줄었고, 소주는 116만1천384㎘로 6.4% 감소했다.
지역에서도 막걸리 인기는 높다. 불로막걸리를 생산하는 대구탁주의 경우 지난해 출고량은 1만7천349㎘로 전년도(1만3천11㎘)에 비해 24.5% 증가했다. 올 들어 출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더 늘었을 정도다. 참탁주를 생산하는 ㈜디케이산업도 2008년에 비해 매출이 3배나 증가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농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막걸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배나 늘었다. 불로막걸리도 수출 규모가 월 평균 5천병에서 지난 2월 1만병으로 두 배로 증가했다.
◆대기업 공세도 치열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역외 기업들의 공세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순당은 지난해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열흘인내에서 한 달로 획기적으로 늘려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국순당의 막걸리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배 증가한 34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역에 대한 침투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역 막걸리 업계는 국순당이 하루 평균 1만여병(병당 750㎖)을 공급하는 등 지역 전체 막걸리 시장의 10% 이상을 잠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막걸리 시장은 연간 220억원 규모다. 국순당은 기존 백세주 영업망을 통한 탄탄한 유통구조와 TV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타 기업들의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농심은 막걸리 사업을 위해 19일 정기주총에서 특정주류도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막걸리 공장이 들어설 제주 일대에 대한 실사를 마쳤고, 주세법 등 법리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수브랜드 'DMZ 2km'를 생산하는 록인음료도 막걸리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나는 쌀과 DMZ의 샘물로 만든 막걸리로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 일동주조는 경북 청도군에 연간매출 10억원 규모의 주조공장을 세우는 등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대구탁주협회 이종진 회장은 "대기업들의 진출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대구의 좋은 물을 사용한 지역 막걸리의 맛은 경쟁력이 있다"며 "브랜드 밸류때문에 일시적인 관심은 있겠지만 거품이 꺼지면 소비자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무늬만 전통술?
막걸리는 대표적인 전통술이지만 정작 원료 대부분은 수입산이다. 막걸리의 원료로 수입밀(58.4%)과 수입쌀(23.8%)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국산쌀의 비중은 13.6%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중에 나와있는 막걸리의 98% 이상은 정부로부터 전통술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전통술 인정을 받으려면 원료를 전부 국산쌀을 사용하되 50% 이상은 직접 생산한 쌀이어야 한다. 그러나 전국 막걸리 제조업체 778곳 가운데 전통술 인정을 받는 업체는 15곳에 불과하다. 막걸리 소비가 늘어도 국내 쌀 생산농가는 걸맞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막걸리 업체들이 사용하는 수입쌀은 모두 정부 비축분이다. 정부는 쌀시장의 전면 개방을 유예하기 위해 1995년부터 미국, 중국 등으로부터 일정 물량을 의무수입하고 있다.
업체들이 수입쌀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수입쌀(공급가 기준)의 가격은 국산 쌀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산 원료에 대한 지역 업체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햅쌀막걸리를 생산하는 참탁주 관계자는 "햅쌀을 원료로 사용하면 쌀의 향이 살아있어 깔끔하고 풍미가 좋다"면서 "쌀 가격이 3배나 차이 나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는 4개 업체가 햅쌀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반면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 대구탁주협회 관계자는 "수입쌀이라 하더라도 국내산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품질이 좋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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