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로 나설 경우, 수억~수십억원가량의 선거 비용이 든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의 비밀 아닌 비밀이라고 한다. 마치 이를 증명하듯 2년 전 어느 선거운동원이 유권자에게 돈을 돌린 혐의로 조사 받다가 음독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말 모 단체장이 '선거 빚' 상환 독촉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선거가 없었다면 그 선거운동원은 그냥 농사짓던 순박한 촌사람으로 평범하게 계속 살았을 것이고, 또한 고비용 선거 구조가 아니었다면 그 단체장은 선거 빚 때문에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2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또 돈 선거, 비방 선거 조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선거철을 맞아 고질적인 병이 벌써 도진 것이다. 지방자치 구현은 뒷전이고 또 '사람 잡는 선거'가 시작된 건 아닌가 싶어 착잡한 심정이다.
2월 말 기준 전국적으로 이미 적발된 불법 선거운동이 1천100여건에 달한다 한다. 2006년 선거 때와 비교하면 전체 건수로는 절반이 줄었지만, 그 중 금품 제공이 377건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사람은 최저 10배에서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법에서 정하고 있지만 일부 후보자나 유권자에게는 그다지 무서운 경고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금품 제공 말고도 인터넷 댓글 등을 이용한 허위사실 유포 등 후보자 비방 행위도 슬슬 터져 나오고 있고, 후보자들 사이에 언론매체를 활용한 무차별 네거티브 공세 및 무고 행위도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광역단체장 입후보 예정자 10명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입후보 예정자 237명, 광역의원 입후보 예정자 89명, 기초의원 입후보 예정자 333명, 교육감 입후보 예정자 5명 등이 벌써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한다.
일부 후보자들이 '무조건 되면 된다'는 식으로 맹목적이거나, '남들도 다 그런데 뭐 괜찮다'는 식으로 도덕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이리라 싶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불법선거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광범위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선거무효 또는 당선무효, 형사처벌, 재·보궐선거 등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여 민주정치가 발전하고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더더욱 공명선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명선거'란 균등한 기회가 보장된 가운데 후보자는 선거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유권자는 자유의사에 따라 정견·정책·자질 등을 기준으로 소신껏 투표함으로써 표심이 왜곡·굴절됨이 없이 선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어 누구든지 승복할 수밖에 없게 되는 선거를 말한다.
금품, 향응 등을 제공받고 후보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를 돈을 받고 파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비방이나 흑색선전에 속아 후보자를 선택하게 되면 진정한 일꾼을 가려내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유권자의 의식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유권자가 바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선다'는 생각으로, 우리 유권자들이 선거에 임할 때 비로소 정치, 선거 개혁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교육감, 교육의원까지 추가되면서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된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과열 우려가 더한 만큼 후보자들은 금품 제공, 비방이나 흑색선전 등 불법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유권자들은 이에 대한 단호한 배격 의지 및 신고 정신 그리고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요구된다.
모쪼록 깨끗한 후보자 그리고 현명한 유권자가 함께함으로써, 6·2지방선거는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 한층 성숙한 지방자치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대구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 박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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