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그리고 나] 일본 고베 & 히메지성

입력 2010-03-18 14:09:29

일본'서양문화 어우러져 분위기 독특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와 인접해 있지만 한국인들에게는 관광지 이미지보다는 1995년 1월 17일에 있었던 한신(阪神) 대지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의 파괴력을 지닌 규모 7.2의 대지진으로 도심의 건물과 도로를 파괴시킨 것은 물론 6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이다.

지금은 당시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대지진의 흔적을 찾기 힘들 만큼 잘 정돈돼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 고베에서 가볼 만한 곳들

여행자들이 고베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1868년 개항한 고베항 지역의 메리켄 파크이다. 넓은 녹지공원에 조성된 메리켄 파크에는 전망대에서 고베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고베의 랜드마크인 높이 108m의 포트타워와 해양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서쪽의 하버랜드에는 쇼핑센터, 놀이공원, 레스토랑들이 밀집해 있어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공원 곳곳에 다양한 조각들과 함께 콜럼버스가 실험 항해에 사용했다는 범선인 산타마리아호가 복원돼 있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가 지고 나면 메리켄 파크는 화려한 불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그중에서도 빨간 불빛으로 유달리 화려하게 빛나는 포트타워의 전망대는 천천히 한바퀴를 도는 파노라마식으로 돼 있어 아름다운 고베의 야경을 즐기며 사랑을 속삭이려는 연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좀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고베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에 탑승해 고베 앞바다를 항해하며 식사와 야경을 동시에 즐긴다.

메리켄 파크의 입구에는 대지진 당시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무너져 내린 항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설들을 그대로 보존해 당시의 참혹함을 엿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고베항에서 도심으로 조금 들어오면 만나는 모토마치(元町)에는 개항 당시 무역을 하던 외국인들에 의해 건축된 서양풍의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차이나타운인 난킨조(南京町)에서는 중국 음식을 맛보거나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만약 개항 당시의 외국인들의 생활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산노미야

북쪽에 위치한 기타노이진칸(北野異人館)으로 가보자. 일본 속 작은 유럽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 세기 전에 많은 서양인들이 거주하던 주택가로 다양한 형태의 유럽풍 건축물들이 잘 보존돼 있는 데다 내부 관람도 가능해 인기가 좋다.

고베를 북쪽에서 감싸안고 있는 로코산(六甲山, 931m) 자락에 위치한 아리마 온천(有馬溫泉)은 시라하마 온천(白浜溫泉), 도고 온천(道後溫泉)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뛰어난 수질을 가지고 있어 예부터 휴양 온천으로 유명한 곳으로, 현재도 매년 일본 온천 순위에서 10위 안에 드는 명소다. 고베를 방문했다면 빠뜨리지 않고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아리마 온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온천 내 유일한 공중탕인 온천회관 내의 두 종류 온천탕으로 하나는 철과 염분 때문에 물의 색이 황갈색을 띠고 있어 킨노유(金湯)라고 불리며, 다른 하나는 라듐과 탄산염을 함유해 물의 색이 무색을 띠고 있어 긴노유(銀湯)라 불린다.(온천회관 내의 공중탕을 제외한 다른 온천들은 여관 내에 있다)

온천욕을 즐긴 후에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음식점과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는 거리를 산책하며 아리마 특산물인 천연 탄산수를 이용해 독특한 제조법으로 만든 일본 전통 과자인 탄산 센베이(전병)를 먹어 보자.

#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姬路城)

흰색의 외벽과 날개 모양의 지붕이 백로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 시라사기성(白鷺城, 백로성)이라고도 불리는 히메지성은 일본의 성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사카성을 비롯해 일본에 있는 대부분의 성들이 잦은 전쟁이나 지진으로 인해 크고 작게 손상된 후 보수된 반면 히메지성은 축조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훼손돼지 않고 견뎌왔기 때문에 문화적'역사적으로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본 국보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기도 하다.

히메지성은 1333년 처음 지어진 후 지속적인 증축과 개축을 통해 1609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데, 지속적으로 증'개축한 이유는 적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 년 내내 눈에 덮인 듯한 느낌을 주는 히메지성의 지붕 기와와 벽면에 칠해져 있는 흰색의 회반죽으로, 불을 이용한 무기가 발달할 때 마다 나무로 지어진 히메지성을 보호하기 위해 수년 단위로 덧칠을 했다고 한다. 이 외에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성벽을 따라 해자를 만들고 천수각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다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히메지성의 백미인 천수각은 1개의 대천수각과 3개의 소천수각이 복도식 망루로 연결돼 있는데 이런 방식은 일본의 성들 중 유일하다고 한다. 좁은 복도는 위로 향하다가 아래로 이어지는 등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 이는 암살이 빈번하게 일어나던 전국시대에 닌자의 침입을 봉쇄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대천수각은 밖에서 보면 5층이지만 내부는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 곳곳에는 옛 성주들이 사용했던 갑옷, 무기, 지도, 그림, 생활용품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된 물품들을 감상하며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히메지시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김종욱(여행가)[

[Tip]#간사이 쓰루 패스로 대중교통 이용

고베나 히메지성까지는 인천 공항이나 김해 공항에서 오사카 간사이 공항까지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부산 국제 여객 터미널에서 오사카 페리 터미널까지 배편을 이용해 간 다음 철도나 버스로 이동한다.

일본은 대중교통 요금이 비싼 나라이기 때문에 오사카 시내는 물론 교토, 고베, 나라, 히메지 등에서 JR을 제외한 전철, 지하철, 버스를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간사이 쓰루 패스 (Kansai Thru Pass)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간사이 쓰루 패스는 국내 여행사나 간사이 공항 1층 관광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2일권이 3천800엔, 3일권이 5천엔이다.

#히메지성 관람정보

-위치 : 히메지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개장시간 : 오전 9시~오후 5시(입장은 오후 4시까지이며 4월 27일~8월 31일은 1시간 연장)

-휴장일 : 12월 29일~31일

-입장료 : 어른 600엔, 초'중학생 200엔 (매년 1월 1일과 4월 6일은 무료 입장)

-관광안내소 : 히메지시의 관광안내소는 히메지역 안과 히메지성 앞의 오테마에 공원에서 가까운 히메지관광나비포트에 있다. 두 곳 모두 한글판 관광 안내 책자를 구할 수 있으며 자전거도 대여해 주므로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라면 자전거로 히메지성과 히메지시를 돌아볼 수 있다.

-주의할 점 : 히메지성 천수각 내의 계단은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짧은 치마를 입고 방문할 경우 상당히 불편하며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성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전에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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