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용계리에 있는 은행나무는 사연이 많다. 원래 어떤 집 부엌에서 자랐는데 물에 떠내려온 은행을 그 집 처녀가 부뚜막에 심어 키웠다고 한다. 조선 선조 때 훈련대장을 지낸 탁순창 장군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 계를 조직해 보호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임란은 물론 6'25 같은 국가적 변란 때마다 윙윙 소리를 내며 울어 주민들은 신목(神木)으로 여긴다.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1990년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16억 원을 들여 15m 더 높은 곳으로 옮겨 심는 데 성공했다. 700년 수령을 자랑하며 국내 은행나무로는 가슴높이 둘레가 가장 굵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늙고 큰 나무라는 뜻의 노거수(老巨樹)로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특히 경북 지방에선 이 같은 노거수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노거수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장은재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거수가 많은 곳은 바로 경북으로, 현재 2천390그루 정도가 있다고 한다. 느티나무가 그 중 많고 왕버들, 회화나무, 팽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순이다. 느티나무는 1천 년, 팽나무나 소나무는 500년, 왕버들과 회화나무는 300년이 최대한 살 수 있는 평균연령이라고 하니 얼추 맞아떨어지는 분포라고 하겠다.
경북은 또 노거수를 희귀한 식물자원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식한 '노거수 다시 보기 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1960, 70년대만 해도 노거수는 귀신 붙은 나무라는 미신의 대상 또는 원시 토속 신앙의 대상 정도로 대접받는 게 고작이었다. 가족과 마을의 행복을 기원하는 신목으로, 휴식'피서처로, 다양한 생물종의 삶의 공간으로, 하천의 범람을 막거나 외부 시선을 차단하는 기능으로, 장대한 풍채로 볼거리까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과 역할에 주목한 것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1991년 포항에서 '노거수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통 마을나무는 우리네 삶 속에 다시 들어온 것이다.
경북도가 이 노거수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지속적으로 보존 및 정비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살아남아 준 노거수들에게, 이들을 소중하게 보호해 온 주민 모두에게 합당한 정책이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노거수를 찾아보는 생태 기행이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위엄을 갖추고 서 있는 노거수 아래에서 생태'식물'인문지리학적 지식과 전해오는 이야기를 찾아 들으며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생각해 보는 일은 뜻 깊을 것이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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