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합창단, 루앙 문화축제서 전통음악 연주 '격찬'

입력 2010-03-16 09:54:14

프랑스, 굿거리 장단에 반했다

아시아 공연 단체 최초로 프랑스 루앙 문화 축제에 초청된 대구시립합창단이 14일과 15일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공연을 마쳤다.
아시아 공연 단체 최초로 프랑스 루앙 문화 축제에 초청된 대구시립합창단이 14일과 15일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공연을 마쳤다.

수백 년 된 프랑스 성당에서 울려퍼지는 장구 소리는 그 자체로 진풍경이었다. 생전 처음 듣는 굿거리 장단에 나이 든 프랑스인들은 어깨춤을 덩실거렸고, 아이들은 꽹과리 치는 흉내를 냈다. 객석에선 카메라 플래시가 계속 터졌다. '브라보'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의 박수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14일과 15일, 프랑스 루앙(Rouen)에서 열린 대구시립합창단의 공연이 현지 프랑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프랑스 유로트랜스 루앙 문화축제 초청으로 가진 이번 대구시립합창단의 연주회는 2001년 루앙 문화축제가 시작된 이래 사상 첫 아시아 팀의 연주여서 현지인들의 기대가 컸다.

노르망디 지방의 주도에 해당하는 루앙은 인구 11만여명의 도시이지만, 잔 다르크가 화형을 당했던 광장과 유서 깊은 고딕 성당과 박물관이 자리 잡은 명소. 정부 기관 산하 '라 크레아'(La CREA)가 진행하는 루앙 문화축제는 유럽 17개국에서 초청된 음악, 미술, 무용 등 1천여명의 예술인들이 루앙과 인근 소도시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있다.

대구시립합창단은 이틀간 총 세 번의 연주회를 통해 현지 관객들로부터 '동양에서 온 매직(마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5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두 번의 성당 연주와 두 번의 거리 공연을 하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단원들은 잔 다르크가 화형 당한 비외마르셰 광장에서 공연과 함께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전단과 선물을 나눠주며 홍보에도 앞장섰다.

이번 연주회에서 현지인들의 관심을 끈 노래는 한국의 전통음악이었다.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뱃노래', 사물놀이 가락과 피아노 반주, 합창이 어우러지는 '사물', '경복궁 타령'을 듣는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공연 20, 30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예약했던 300여석의 객석을 빠짐없이 메우는 현지인들의 수준 높은 관람 의식은 인상적이었다.

화가인 장 폴 헤베르트씨는 "한국 영화 '취화선'을 보고 난 뒤 한국의 색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합창단의 연주가 놀랍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스위스에서 여섯 살 딸과 함께 10시간 걸려 승용차를 타고 온 교포 오지윤씨는 "한국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감격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초청된 대구시립합창단에 대한 축제 조직위원회 측의 관심도 남달랐다. 세르쥬 막탕 데르롱즈 축제 집행위원장은 "이런 먼 곳까지 와준 대구시립합창단에 감사를 표한다. 환상적이었다"며 감사해했다.

박영호 합창단 지휘자는 "이번 연주회가 한국의 음악 수준을 알리고, 대구를 홍보하는 장이 됐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구시립합창단은 18일 파리 한인침례교회에서 유럽 순회 마지막 연주회를 갖고 20일 귀국한다.

프랑스 루앙에서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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