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적십자병원 폐원 강행…정부·市 '강건너 불보듯'

입력 2010-03-15 09:47:48

입원진료 비율 전국 최고…연간 3∼4만명 의료 취약계층

대한적십자사 대구병원.
대한적십자사 대구병원.

의료약자 전문 진료병원인 대구적십자병원(본지 3월 12일자 1면 보도)이 적자경영을 이유로 폐원을 강행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대구시는 의료약자 보호대책 마련을 도외시한 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지난 60여년간 공공의료 부문을 담당해 오던 대구적십자병원이 폐원할 경우 지역 빈곤층,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이 버팀목을 잃게 돼 정부와 시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대구적십자병원의 공공의료 진료실적에 따르면 2008년 의료취약계층 진료는 4만2천500여명으로 집계되는 등 연간 3만~4만명의 서민층이 진료받고 있고 의료급여 환자 입원진료 비율도 연간 70%를 웃돌아 전국 6개 적십자병원 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병원 노동조합은 "공공의료 실적이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된 실질적 의료 지원대상을 진료한 수치라는 점에서 대구적십자병원의 지역 사회 기여도가 크다"며 "정부와 대구시가 적십자병원 폐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적십자병원에 대한 정부와 대구시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미비하다. 정부는 시설이나 의료 장비에 한해 예산을 지원할 뿐 공공의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외면하고 있고 대구시도 외국인 이주노동자 무료진료비로 매년 4천만원을 지원하고 있을 뿐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

'적십자 병원 공공성 확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최성택 위원장은 "그동안 대구적십자병원이 펼친 취약 계층 건강 검진, 보호자 없는 병실 운영,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사업은 민간 의료기관에서 감당할 수 없는 공공의료 영역이었다"며 "적십자 병원 폐원에 대해 정부와 대구시가 수수방관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지자체 공무원을 적십자병원으로 파견해 긴밀히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적십자병원 주변 일정 구역 안에는 민간 병원 개원을 막아 공공진료 기관을 보호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의료전문가들과 학계는 대한적십자사 수익금을 병원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현재 대한적십자사가 전국 6개 적십자병원에 지원하는 예산이 전체 수익금의 0.7%(4억여원)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인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적십자병원 발전방안에 대해 연구한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정백근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대한 적십자사의 전체 수익금 중 2, 3%만 대구 적십자병원에 지원해도 매년 발생하는 적자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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