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다양한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올해만 해도 '일반건강검진' 대상자는 전국적으로 1천801만여명에 이른다. 자기가 내는 돈이 거의 없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 검진에 응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건보공단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의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137만여명 중 검진에 응한 사람은 65.7%밖에 안됐다. 10명 중 3, 4명꼴로 검진을 받지 않았다는 뜻. 일정 연령 이상을 대상으로 한 '암 검진'의 경우 그 비율은 더 떨어진다.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암 검진 대상자는 119만여명. 하지만 검진을 받은 사람은 54만~55만명에 그쳤다. 10명 중 5, 6명이 검진에 응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건보공단 암 검진은 못 믿는다(?)
지난해 10월 국가 암 검진 정확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이애주 의원이 국가 암 조기 검진 사업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사업을 통해 2007년 5대 암에 대해 정상 판정을 받은 국민들이 다음해인 2008년 해당 암 발병을 조사해 본 결과, 연간 7천여명이 국가가 실시하는 암 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 이듬해에 해당 암이 발병했다는 것. 2007년 정상 판정을 받고도 2008년 해당 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위암 2천147명, 대장암 2천101명, 간암 108명, 유방암 2천384명, 자궁경부암 354명 등으로 모두 7천124명이었다. 당시 이 의원은 "암 발병을 잡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부실한 검사 장비와 판독상의 오류, 검사 위탁 비용의 덤핑 등 인력 및 장비에 대한 체계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암은 조기 발견만 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 유방암의 경우, 초기 발견시 생존율이 98%이지만 3기로 가면 69%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암 검진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건보공단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앞서 문제 이후 국가 암 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아놓고 뒤늦게 다시 암 판정을 받은 숫자가 많은 검진기관을 순서대로 잘라 합동 조사를 벌였다"며 "촬영 및 내시경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필름을 제대로 판독했는지 등을 조사했으며, 대구지역에서 해당되는 검진 기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본부에 올려보냈는데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간암 및 위암 검진시 10명 중 7명꼴로 질환
그렇다면 건보공단에서 실시하는 암 검진은 믿을 수 없는 것일까? 2008년 대구지역에서 건보공단 암 검진 결과 자료를 분석해 봤다. 2009년 통계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위암의 경우, 22만8천여명이 검진을 받았다. 정상 판정을 받은 사람은 놀랍게도 8만여명(35.3%)에 그쳤다. 위염, 위궤양 등 기타 질환이 발견된 경우가 14만4천여명이었고, 실제 암 발생 가능성이 있어서 추적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무려 3천91명, 암 의심 환자는 292명, 암이 확정돼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271명에 이르렀다. 만약 검진을 받지 않았더라면 약 15만명이 암이나 기타 질환을 모르고 지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특히 남성의 경우, 정상 판정 비율은 30%에 그쳤다. 10명 중 7명꼴로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앓고 있지만 검진 전까지 이를 몰랐다고 볼 수 있다. 간암 검진은 정상 비율이 더 떨어진다. 2008년 간암 검진자 1만3천여명 중 정상은 4천500여명, 즉 33%밖에 안됐다. 암 의심도 170명, 추적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998명에 이르렀다. 남성의 정상 비율은 28.9%, 여성은 40.2%였다. 나머지는 모두 암이 의심되거나 간 질환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대장암은 기타 질환이 별로 없는 덕분에 정상 비율이 95.5%에 이르렀다. 하지만 추적검사 필요 1천29명, 암 의심 602명, 암 치료 35명 등으로 나타났다. 유방암도 정상 비율은 55.1%에 그쳤고 암 의심만 223명에 이르렀다. 자궁경부암도 정상은 69.8%로 그다지 높지 않았고, 암 의심은 277명이나 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올해 3월 22일부터 '건강검진 기본법'이 일 년 유예기간을 거쳐 적용된다"며 "이에 따라 검진기관이 매뉴얼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올해부터 처음 이뤄지게 되며, 평가 결과도 일반에 공개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만큼 검진 정확도도 높아진다
건보공단 암 검진은 본인 부담이 10%에 불과하다. 자궁경부암은 전액 공단이 부담한다. '국가 암 조기검진' 대상자(2009년 11월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직장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6만1천원 이하, 지역가입자의 경우 7만2천원 이하)는 본인 부담이 전혀 없다. 직장가입자 중 올해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자(만 40세와 66세)는 건강진단뿐 아니라 암 검진도 본인 부담이 없다. 다만 수면내시경은 6만원 가량, 위암 검진에서 의사 판단에 따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검사를 추가로 하면 9천원 정도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또 간 및 유방 초음파를 원하면 12만원가량 더 든다. 일반 병원의 건강증진센터 등에서 검진을 받을 경우 비용은 훨씬 비싸지지만 정확도도 그만큼 높아진다. 동산병원 건강증진센터의 경우, 3시간 정도 걸리는 기본종합검사의 경우 남성은 35만원, 여성은 40만원이면 가능하다. 혈액검사만 해도 건보공단 검진의 경우 10종 이내를 체크하지만 일반 병원에서는 90종가량을 본다. 이 밖에 스트레스, 골밀도, 복부초음파검사, 면역 및 핵의학검사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남성은 114가지, 여성은 117가지 항목 검사가 이뤄진다.
암 조기검진을 특화해서 받을 경우, 비용은 훨씬 비싸진다. 기본검진만 35만~40만원이고, 암세포 정량검사(14만원)가 추가되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PET-CT(머리부터 발끝까지 촬영해 종양을 찾아내는 장비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의 줄임말)을 할 경우 100만원이 더 든다. 따라서 남성은 암 조기검진시 149만원, 여성은 154만원이 드는 셈이다. 시간은 5시간가량 걸린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사진 제공=계명대 동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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