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가던 한우 빼돌려 사육 '이력추적법 위반'

입력 2010-03-11 10:51:03

안동에서 한우를 키우는 농민 A씨는 최근 도축장으로 보낸 자신의 임신한 한우가 다른 소로 바꿔치기 돼 빼돌려진 사실을 알고 경찰에 고발했다. 소 브루셀라병과 관련해 행정기관으로부터 도태 권고를 받고 도축장으로 보낸 한우 가운데 2마리가 도축되지 않은 채 엉뚱한 사람에게서 사육 중인 것을 발견한 것이다.

A씨는 올 1월 가축위생시험소로부터 자신이 사육하는 한우 22마리 중 3마리에 대해 브루셀라병 감염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소를 도살 처분하고 감염은 되지 않았지만 같이 사육돼 발병이 우려되는 19마리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으로부터 도축을 통한 도태 권고를 받았다. 브루셀라병이 인근 농가에서 키우는 소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A씨는 지난달 6일 인근 운송업자 두명에게 의뢰해 경남 김해 한 축산물공판장으로 소들을 보냈다. 얼마후 도축 정산서를 받은 A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적게 잡아도 체중이 500kg가 넘는 임신우 2마리 대신에 체중이 그 반도 안 되는 소 두 마리가 도축된 것으로 기재가 돼 있었던 것. 결국 "소가 바꿔치기 된 것 같다"며 경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도축장으로 가던 A씨의 임신한 한우 두 마리를 자신의 소와 바꿔치기한 B씨와 이를 공모한 운송업자 2명을 쇠고기 이력추적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과 안동시 등에 따르면 축산농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운송업자들과 짜고 체중이 500kg 이상인 A씨의 임신우 두 마리 대신 자신이 키우던 270kg짜리 소 두 마리를 도축했다는 것이다. 소를 사육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임신한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그에 따른 수익도 만만찮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빼돌린 한우 두 마리 때문에 자신이 키우는 소 200여마리가 브루셀라병에 걸릴 것을 우려해 인근 빈 축사로 옮겨 사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접한 축산농가들은 "브루셀라병 관련 도태 권고 가축에 대한 행정기관의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며 "다른 소에 병을 옮길 가능성이 큰 소가 도축되지 않은 채 빼돌려져 버젓이 사육된다면 가축 전염병 확산을 어떻게 막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브루셀라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바꿔치기된 소가 사육됐던 축사에 대해 긴급 방역을 하고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원래의 소 주인에게 재도태를 권고할 계획"이라며 "소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귀표의 위·변조 방지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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