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학생을 성폭행하고 죽인 피의자 김길태가 어제 부산에서 붙잡혔다. 그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례적으로 그의 얼굴을 일반 시민과 언론에 공개했다. 인권 침해를 이유로 흉악범까지 배려하던 경찰이 방침을 바꿔가며 공개한 것은 사안의 중대함과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 의지를 읽게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서고 수많은 경찰관들을 동원해 범인을 체포했지만 이것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질지는 의문이다. 빠른 사건 해결은 다행한 일이나 사건 발생과 해결 과정에서 혹시 당국이 중요한 점을 빠뜨리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사건에서 관련 법안 정비나 성범죄 예방 장치라고 믿어온 전자발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김길태 사건 해결만으로 모든 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국민 어느 누구도 속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어제 긴급 당정회의를 갖고 전자발찌 제도 시행 전 기소된 성범죄자에게도 소급 적용하되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키로 했다. 여야는 19일부터 성폭력 관련 법안을 심의한 뒤 31일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을 만들고 전자발찌 부착을 확대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가석방 상태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자가 어제 시흥에서 20일 만에 붙잡혔다. 이처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사례만도 7건이다. 전자발찌를 채워만 놓았을 뿐 그만큼 관리와 감시가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이쯤 되면 성범죄자들이 법과 당국의 관리'감독을 비웃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러고서는 범죄를 예방하고 줄이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당국은 관리'감독에 허점은 없는지, 추적 장비의 사각 지대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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