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자 정보 열람 '산너머 산'

입력 2010-03-10 09:59:45

아동, 청소년 대상 성폭행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이 가중되자 9일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귀가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아동, 청소년 대상 성폭행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이 가중되자 9일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귀가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세 여자 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최근 부산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사건 이후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실효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경찰서나 인터넷에서 열람할 수 있는 아동 성범죄자가 극히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신청 절차가 너무 번거롭고 정확한 주소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2월 5일 기준)에 따르면 거주지 경찰서에서 열람할 수 있는 대구와 경북의 아동 성범죄자는 각각 9명과 22명에 불과하다.

이는 아동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사람 중 법원이 거주지 열람을 허용한 자에 한해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2008년 2월) 이후 성범죄자로 정보 공개 대상이 제한된데 따른 것.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1년 8월(1차 공개)부터 2007년 11월(13차 공개)까지 성범죄자 정보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나마 열람할 수 있는 아동 성범죄자들은 대구는 남구(3명), 달서구(2명), 동구(2명), 북구(1명), 수성구(1명) 이다. 경북은 포항 6명, 구미 5명, 경산·고령·안동 각 2명, 경주·김천·문경·영덕·칠곡 각 1명 등 22명의 아동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또 열람 신청 절차가 번거로워 부모들의 인지·활용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열람대상자가 성범죄자와 같은 주소지에 사는 학부모나 해당 지역 교육기관의 장으로 제한돼 있고, 학부모는 경찰서를 방문해 주민등록등본과 신분증 등을 제출해야 하며 자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를 경우 열람조차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공개된 열람 정보는 메모, 촬영할 수 없고 열람으로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경찰서 열람 제도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인터넷 열람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것 역시 무용지물.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부터 20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사진 등 신상정보를 인터넷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개설했지만 10일 현재 공개 대상은 단 한 명도 없다. 인터넷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올해 범죄를 저지른 후 판결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상공개 제도는 또 아동 성범죄자의 상세 주소지를 없앴다. 실제 거주지의 읍·면·동 단위까지만 표시된다. 사진과 키, 몸무게 등 신체정보가 공개되지만 직접 마주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가까이에 사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대구 각 경찰서 담당들은 "지역 시민들이 신상정보 공개제도를 외면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상세 정보가 성범죄자에 대한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서 열람이나 인터넷 공개제도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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