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앞세운 역외 저축은행 공세, 지역업체 울상

고금리를 앞세워 대구에 진출한 대형 저축은행들의 공세와 더딘 경기 회복세에 지역 기반의 저축은행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역외 저축은행들은 높은 금리로 예금을 유치해 역외에서 대출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지만, 지역 저축은행들은 수신에서 밀리는 데다 지역 경기의 회복세가 더뎌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출 금리를 제시해도 마땅히 빌려줄 곳이 없는 형편이다.

◆몸집 키우는 대형 저축은행들

지난해 6월 문을 연 토마토저축은행 대구지점의 수신 규모는 3천억원 수준이다. 지점을 낸 지 불과 8개월 만에 지역 내에서 가장 자산 규모가 큰 MS저축은행과 맞먹는 수준에 이른 것. 대형 저축은행들은 고금리를 앞세워 지역 예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들에 따르면 서울 기반의 상호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말 평균 5.26%를 기록했다. 이는 역내 저축은행 평균 금리인 4.87%보다 무려 0.39%포인트 높은 수준이고, 전국 평균인 5.19%보다도 0.07%P 높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주요 영업권역인 인천경기 지역도 5.21%를 기록해 대구경북보다 0.34%P 높았다. 역외 저축은행의 공격적인 예금 유치가 계속되자 역내 저축은행들도 지난 1월 예금 금리를 0.14%P 올린 5.01%로 맞섰지만, 여전히 서울 기반 저축은행 평균인 5.29%에는 0.24%P 못미치는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105개 저축은행 가운데 솔로몬·현대스위스 등 대형 저축은행 및 대기업 계열 저축은행은 29개로 전체의 27.6%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7개 저축은행 계열의 자산 규모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역외 대형저축은행들은 고금리를 제공하고 마케팅 능력도 앞서 여·수신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정부도 최근 11개로 나눠져 있던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을 6개로 축소해 저축은행 업계의 탈지역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출에는 인색

그러나 대형 저축은행들이 지역 금융권의 대출금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예금금리가 높은 만큼 대출금리도 비싼 탓이다. 서울 지역 대형 저축은행의 일반자금대출의 경우 지난 1월 평균 금리는 13.54%로 대구경북의 10.84%보다 2.7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저축은행 평균 대출 금리인 12.53%보다도 1.01%P 높고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인 6.02%에 비하면 두배 이상 비싸다. 역외 업체들은 수신금리를 올려 예금을 모은 뒤 역외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반면 역내 저축은행들은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수신 금리를 적게 주게 되고, 다시 영업 활동에서 열세에 몰리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MS저축은행 김건식 은행장은 "역외 업체들은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지점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 제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수신금리가 자꾸 올라가면 서민들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 이자율이 올라 곤란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저축은행들의 수신 규모는 크게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대출 규모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 경북 지역 상호저축은행들의 수신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1조8천87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6.2%나 증가했다. 은행에 비해 1~2%P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예금고객을 유치한 결과다. 그러나 대출은 1조2천349억원으로 7.2% 늘어나는데 그쳤다. 서민금융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저신용자 대상 소액신용대출에 인색한 반면, 지난해 늘어난 예금잔액의 상당부분을 회사채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등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연도별 지역 저축은행 수신/여신 잔액(자료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연도/수신/여신

2004년/1조2천55억/1조347억원

2005년/1조2천247억/1조692억원

2006년/1조2천800억/1조953억원

2007년/1조2천282억/1조185억원

2008년/1조3천943억/1조1천464억원

2009년/1조8천877억/1조2천349억원

지역별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및 일반자금대출 평균 금리 (2010년 1월 기준·% 자료 각 저축은행)

지역/정기예금/대출금리

전국/5.25/12.53

서울/5.29/13.54

부산/5.17/11.34

대구경북/5.01/10.84

인천경기/5.32/11.63

광주전남/5.04/10.45

대전충남/5.14/10.65

울산경남/4.99/13.25

강원/4.88/9.98

충북/5.18/10.71

전북/5.14/18.95

제주/5.17/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