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공부하는 곳, 학교는 잠자는 곳' '학교에서 매를 들면 폭력이고 학원에서 매를 들면 사랑의 매!'
교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왕과 아버지 그리고 스승은 동격이라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왕과 부모에 버금가는 권위는 어느새 학원강사에게 내주고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교사들의 초라한 모습이다.
학교와 사회 역시 괜찮은 대학 안내자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수업의 질이 학생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촌지나 급식비리 등 교육 관련 비리들이 알려지면서 교사들 스스로 학생들이 학원강사를 더 의지하게 만든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교사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참스승이 있기에 공교육의 앞날은 여전히 밝다. 이들은 새로운 교수·학습법과 자료 개발로 교실수업 개선 및 학력 향상에 기여하고 열정적인 생활지도 및 남다른 인성교육으로 떨어진 공교육의 신뢰를 되찾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올해 동부교육청에서 으뜸 교사로 선정한 김경숙(대구신매초), 김경숙(대구율하초), 김종필(대구경동초) 교사가 걷고 있는 진정한 사도(師道)를 소개한다.
◆김종필 교사(대구경동초)=놀이가 곧 공부
요즘 교육계의 대세인 눈높이 교육을 20여년 전부터 시작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자 학생들 인성교육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그는 학생들에게 공부가 단순히 성적 올리기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키우거나 컴퓨터 오락보다 훨씬 재미있는 놀이임을 터득하게 했다.
"학교가 싫은 곳이 아닌 즐거운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학업성취는 물론 인성교육까지 제대로 이뤄집니다." 이 같은 생각에 '놀이가 곧 공부'가 되고 놀면서 공부하기를 시도했다. 국어시간에는 끝말잇기, 그림으로 표현하기, 무언극, 내용 알아맞히기 퀴즈를 했고 수학과 과학시간에는 각종 자료를 가지고 놀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회시간에는 스스로 학습문제를 찾으면서 학생들끼리 문답식 학습, 모의재판 놀이 등으로 흥미를 붇돋웠다.
그러나 실제 학력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충격이었습니다. 2%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놀면서 공부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학생들에게 정확한 학습 목표를 전달하지 못했던 것이죠."
단순히 '놀면서 공부하게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김교사는 대화와 칭찬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의 생각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점심시간을 활용해 '선생님과의 대화시간'을 번호순으로 정했다. 대화와 더불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칭찬하기도 틈틈이 곁들였다. 대신 '놀면서 공부하기'는 아이들의 쉼터가 될 수 있는 정도로 학습 단원이 끝날 때 주로 하기로 했다. "어른들도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지며 기분이 좋아지고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어요. 칭찬과 대화만큼 좋은 교육법은 없답니다."
◆김경숙 교사(대구신매초)=마침표,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
김 교사는 복직교사다. 1973년 교편을 잡기 시작해 1980년대 초 교단을 떠났다 1992년 복직했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시각이 남다르단다. "교단을 떠나기 전에는 평범한 교사의 입장이었지만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을 바라보게 됐어요. 가르치는 모든 아이들이 친자식처럼 소중하답니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고 기르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당장 교과성적을 높이기보다 장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가지고 키우는 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학교가 아닌 부모의 입장이다.
그래서인지 김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교실의 게시판은 다른 반과 조금 다르다. 게시판의 대부분을 꿈 게시판으로 할애한다. 일년에 한번 학기 초 붙여놓고 끝나는 게시판이 아니라 조금씩 설문이나 방법을 달리해 게시하고 책상에 닮고 싶은 대상을 적어 수시로 자기의 꿈을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각자의 꿈과 이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점을 적어 꿈 게시판을 만들고 구체적으로 꿈을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도록 해 꿈을 이루는 시기, 꿈을 이루고 나서 할일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상에는 닮고 싶은 이름과 장래희망도 함께 적은 꿈 명패로 자신의 꿈을 잊지 않게 만든다.
"꿈을 갖게 하고 꿈을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요." 꿈을 가진 사람은 목표가 있어 삶을 열심히 살 수밖에 없고 결국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부단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시 교단에 서보니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어요. 좀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좀 더 노력하면 아이들이 보다 알찬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며 실력을 쌓고 있지요."
◆김경숙 교사(대구율하초)=소중한 만남을 위한 어울림
4년 전 경북에서 대구로 학교를 옮긴 김 교사는 의외로 주의력결핍, 우울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 "농촌 지역 아이들보다 도시 지역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훨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질적 빈곤에 시달리는 것보다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많아 가슴이 아팠어요."
김 교사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들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아이들은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태도가 좋아지는가 싶던 아이들도 한순간에 고무줄처럼 제자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김 교사는 우선 담임으로 있는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기를 쓰게 한 후 일주일에 세번씩 일기로 상담을 하면서 생활지도에 주력했다. 일기를 통해 아이들이 생활과 학습면에서 불만과 어려움을 호소해오면 답장을 써주는 형식으로 상담이 이뤄졌다. 보다 효율적인 상담을 위해 전문상담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와 함께 농촌지역에서 교사생활을 한 경험을 활용, 생명의 귀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각자 식물을 기르게 했다. "새싹의 자람을 살펴보는 동안 생명의 신비함과 탐구능력 향상은 물론 정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지요. 아이들이 식물을 기르는 동안 모든 사물을 아끼고 사랑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꽃 한송이, 풀 한포기도 친구라는 생각에 결국 다정한 마음, 가엾은 마음까지 기를 수 있습니다."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경제교육도 함께 했다. 절약이 무엇인지 실천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제에 대한 이야기와 가정에서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습관이 형성되도록 했다. 경제에 대한 흥미를 끌기 위해 동영상 자료를 직접 수집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가 하면 용돈절약이나 용돈 모으는 방법, 은행체험 등 실생활에 유용한 경제교육도 병행했다.
"아직까지 내 품으로 쏘옥 들어오지 못한 아이들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성일권기자 igs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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