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농가가 전통방법으로 공동작업…입소문타고 대박행진
학가산 메주마을 "된장 익어가는 마을이예요."
"도시에서 살 때엔 된장을 사서만 먹었지요. 이제는 제 손으로 정성스럽게 된장을 직접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게 되니 벌써 마음이 흐뭇합니다."
한 달여 전 도시를 떠나 경북 예천군 보문면 가곡리 학가산 자락에 있는 '학가산 전통메주마을'로 귀농한 박상지(33)·박가영(22)씨 부부. 고향의 부모님처럼 마음이 따스한 동네 어르신들에게서 된장 담그는 법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이 지나고 봄 기운이 조금씩 퍼질 이 무렵이면 학가산 전통메주마을은 된장 담그기를 시작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마을 12농가 주민 16명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동작업장에 모여 잘 숙성된 메주로 된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마을에 있는 옹기 180여개에 메주와 맑은 물로 된장 담그기가 한창이고, 80㎡의 메주방에는 새로 만들어진 메주들이 맛을 더해가고 있다.
예부터 장은 정월에 담가야 맛이 있다고 한다. 특히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고 추위가 누그러지는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담근 장은 깊은 맛을 낸다. 그래서 전통메주마을 주민들은 이맘때가 되면 된장 담그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것이다.
좋은 된장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은 집집마다 평균 1천300여㎡의 밭에서 콩을 재배했다. 또한 2만여㎡ 규모의 마을 공동경작 콩밭에서도 정성스레 콩을 생산했다. 이렇게 생산된 콩을 맑은 물로 씻어 가마솥에 넣고 장작으로 불을 지펴 삶아내 메주를 만들었다. 지난해 만든 메주만 해도 7천여장에 이른다. 이 가운데 5천여장 이상은 메줏덩이로 단골 도시민들에게 팔려나가고 나머지로 된장과 간장을 생산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지난해 판매한 된장과 메주가 2억원어치나 된다. 올해엔 메주 판매가 늘어나면서 된장용 메주가 부족해 뒤늦게 메주를 다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학가산 전통메주마을 황순희 부녀회장은 "학가산 전통메주는 가장 중요한 원료인 콩에서부터 일일이 주민들이 전통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며 "한국인들의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일은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주부의 마음과 똑같다"고 얘기했다.
온갖 정성으로 만들어낸 학가산 전통메주마을 된장은 3년 동안 묵혀 간수를 제대로 뺀 소금, 맑은 지하수, 참 옻나무, 고추, 숯, 참깨를 사용한다. 40일이 지나면 메주를 꺼내 잘 버무려 독에 담아 40~50일 정도 숙성시켜 된장을 만들고 간장은 가마솥에 달여 50일 숙성시킨 후 멸치·다시마·검은콩·감초를 넣고 다시 달여 진간장으로 만들어 낸다. 이 마을에서는 연간 된장 8천~1만kg(1kg당 1만원), 간장 3천ℓ(1.8ℓ짜리 7천원)를 생산하고 있다.
송인성(76) 이장은 "올해엔 더 많은 도시민들이 우리 마을의 정성이 담긴 된장과 간장을 드시기를 바란다"며 "가정마다 공장형 양조간장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고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 된장과 간장으로 만든 음식을 드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학가산전통메주부녀회 054)653-0534.
예천·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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