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고향길 '대구 R&D 특구 지정' 선물보따리 풀까

입력 2010-03-05 10:50:00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오전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0년도 대구시 업무보고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오전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0년도 대구시 업무보고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달 25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첫 시도 업무보고를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받은 것은 의미가 적지않다. 물론 청와대는 "일정을 조정하다 보니 영천 3사관학교 졸업식에 맞춰 방문한 것"이라며 애써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서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과정을 놓고 '대통령 프로젝트' 공세를 펴고 있는 만큼 자칫 고향을 너무 챙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구경북에 이어 대전·충남, 부산·경남 등 다른 지역을 순차적으로 방문,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번 대구경북 방문은 취임 후 벌써 다섯 번째다. 물론 수도권이나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강원·충청권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2년여 만에 5회 방문은 적지않은 횟수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대구 3번, 경북 4번 등 모두 일곱 번 지역을 찾았다. 그만큼 대구경북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2007년 3월 노 전 대통령의 세계육상선수권 유치지원 방문은 대구의 읍소(泣訴) 끝에 이뤄졌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조해녕 전 대구시장이 반대해 섭섭했던 노 전 대통령은 대구 방문을 몹시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통해 수차례 건의한 끝에 대구스타디움을 잠시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큼직한 선물 보따리도 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될 'R&D 특구 지정'에 대한 지원 약속이 그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수도권에 집중된 지식 경제 기반을 내륙으로 확장하는 '대구 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되면 세종시에 들어설 예정인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연계돼 지역 경제에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2월 대구 방문에서 "각 지역에서 차별화된 지역 특성을 살리는 사업 계획을 세웠는데 그런 지역 발전 계획이 세종시로 인해 위축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혁신도시 등에 대해) 의심이 너무 많은 사람은 발전할 수 없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추진하니 지역에서도 신념을 갖고 추진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초 기대했던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아직 위탁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미 예상된 수순이다. 대신 대구경북이 무조건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보다는 경쟁 상대인 부산 가덕도 안을 압도할 수 있는 논리와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포항 죽도시장 방문 때 "다른 욕심은 하나도 없다. 물론 고향이 잘 되는 것도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고향을 위해 뭐 하려 한다면 문제가 될 것 같아 뭐라 안 하겠다"고 말했다. 고향이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과 함께였다.

지난해 UAE 원전 수주, G20 정상회의 유치 등 자원·경제·국제 관계에서 큰 성과를 거둔 이 대통령이 다음달부터 잇따라 예정된 해외 순방에 앞서 생생한 지방의 목소리를 경청한 것은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내치(內治)를 완성한 뒤 국가와 천하 경영에 다시 뛰어들겠다는 의지라는 풀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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