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매력 공존하는 '아시아의 파리'
베트남 북쪽에 위치한 하노이(Hanoi)는 1010년 리(李) 왕조의 수도가 된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천년 동안 수도의 맥을 이어온 유서 깊은 도시다. 남쪽의 호찌민(Ho Chi Minh)이 베트남의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라면 하노이는 베트남의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호찌민에 비해 사회주의적인 느낌이 더 나는 하노이는 오래된 역사만큼 도시 곳곳에서 유서 깊은 사원들과 건축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19세기 프랑스 식민 통치를 받는 시절 동안 지어진 유럽풍의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한때 '아시아의 파리'라 불릴 만큼 아시아와 유럽의 매력을 동시에 발산하고 있다.
하노이의 관문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하노이 시내로 들어올 때 시내가 가까워졌음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은 도로 표지판이 아니라 도로를 가득 메운 어마어마한 수의 오토바이 행렬이다. 평생 본 오토바이의 수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들이 틈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차와 버스 사이의 비좁은 공간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놀라운 풍경은 이방인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질서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별다른 사고나 운전자들끼리의 언쟁이 없는 것을 보면 그들만의 운전 룰이 있는 듯하다.
#영웅 호찌민이 잠들어 있는 '호찌민 묘'
하노이는 크게 왕조시대부터 있었던 구시가와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개발된 신시가로 나누어진다. 구시가는 호찌민의 묘를 비롯한 역사 유적지가 많은 관광 지역이며 '작은 파리'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신시가에는 프랑스풍의 건축물들과 호텔, 레스토랑, 대사관 등이 모여 있다.
1945년 베트남의 독립 선언이 이루어졌던 구시가지 서쪽의 바딘 광장에는 베트남에서 발행되는 모든 지폐에 얼굴이 새겨질 정도로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민족 영웅 호찌민 주석이 잠들어 있는 호찌민 묘가 있다. 이곳에는 매일 참배를 위해 방문하는 현지인들과 관광을 위해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1969년 사망한 호찌민은 베트남의 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친 인물로 모스크바의 레닌 묘를 본떠 연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그의 묘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1975년 건국 기념일에 조성되었다.
레닌, 모택동, 김일성 등 공산주의 국가 원수들과 같이 부패방지 처리가 된 호찌민의 유체가 안치되어 있는 이곳은 베트남인들에게 매우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그때문에 참배객은 물론이고 외국인 여행자들도 호찌민 묘의 200m 전방에서 걸어 들어가야 하며 카메라, 휴대폰, 음식물 등의 반입은 물론 짧은 치마, 반바지, 민소매와 같은 복장도 입장이 금지돼 있다.
호찌민 묘 뒤편에는 호찌민 탄생 100주년인 1990년에 개관한 호찌민 박물관이 있으며, 그 옆에는 호찌민이 1958년부터 1969년까지 머물 당시 사용했던 가구와 물건들이 전시된 가옥이 있다.
호찌민 묘를 나와 남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베트남 지폐 10만동권에 나오는 11세기에 세워진 문묘가 있는데, 원래 이곳은 1070년 공자를 모시기 위해 설립된 곳이지만 이후 유학을 가르치는 베트남 최초의 대학이 된 곳이다. 훗날 과거시험을 보는 장소로도 사용돼 회랑 좌우에 서 있는 82개의 비석에는 15~18세기 동안 3년에 한 번씩 치러진 과거시험의 합격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호수의 도시' 하노이
예부터 홍강(紅江)의 범람이 잦았던 탓에 하노이 곳곳에 3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호수가 있어 흔히 하노이를 '호수의 도시'라 부른다. 수많은 호수 중 가장 대표적인 호수는 구시가와 신시가 사이에 있는 호안키엠 호수로, 노을 질 무렵이면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거나 가족과 함께 소풍을 나온 현지인들로 항상 붐빈다.
호안키엠은 환검(還劍), 즉 '검을 돌려준다'는 뜻을 가진 호수로, 옛날 외적이 침입했을 때 이 호수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왕에게 보검을 주었고 왕은 그 보검을 이용해 외적을 물리쳤으며 전쟁이 끝난 뒤 거북이가 다시 나타나 왕에게서 검을 돌려받고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호수 가운데 있는 거북상은 이 전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호안키엠 호수 북쪽으로 올라가면 13세기 하노이의 36개 상인조직이 각각 한 거리씩을 맡아 발전시킨 36개의 작은 거리들로 이루어진 36거리가 펼쳐진다. 하노이 구시가를 대표하는 36거리에는 베트남 전통 공예품 상점과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레스토랑, 카페 들이 베트남 전통 양식 건물들을 따라 늘어서 있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호안키엠 호수와 더불어 하노이를 대표하는 호수이자 가장 큰 호수인 하노이 북쪽 떠이 호수는 경관이 아름다워 주변으로 고급 주택가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카페들이 즐비해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이색적인 볼거리를 원한다면 수상 인형극장을 찾아보자. 오랜 세월에 걸쳐 공연되고 있는 수상 인형극은 베트남 전통 예술의 하나로 전통 가요에 맞춰 물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인형들이 관람객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Tip]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트남 커피
아직까지 한국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트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생산국이다. 베트남 커피는 맛이 깊고 향이 풍부한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기념품으로 인기가 좋다. 베트남 커피는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필터에 걸러 마시는 방식인데, 커피 주문 시 주의할 점은 일반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에 연유를 넣어서 밀크 커피로 마시기 때문에 단것을 싫어한다면 주문 전 미리 말하는 것이 좋다.
#노점과 노상에서 맛보는 음식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길가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음식을 먹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현지인들과 같이 서민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길거리 음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대표적인 먹을거리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쌀국수인 '퍼'(Pho), 가는 국수와 돼지고기에 야채가 함께 나오는 '분짜'(Bun Cha), 베트남식 라면인 '미'(Mi), 베트남 빈대떡인 '바인세오'(Banh Xeo) 등이 있다.
김종욱(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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