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었을까. 세종시 국민투표 논란으로 춘삼월 추위가 몰아쳤던 청와대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수단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격의 없는 유머로 좌중의 웃음을 수시로 이끌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에게 이 대통령은 "결승선 직전의 발차기가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외국 선수는 결승선 지나서 발차기를 하더라"고 농담을 건넸다. 박성인 선수단장이 "쇼트트랙 성시백 선수는 몸싸움을 좀 해야 한다. 싸움하는 것 가르치려고 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싸우는 것 배우는 것보다 속도를 더 내는 게 낫지"라고 훈수를 뒀다.
이 대통령은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 선수가 경기용 고글을 선물하자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의 동작을 흉내내 또다시 장내에 웃음이 일었다.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에게는 "점프할 때 눈을 감고 있었다. 눈 뜨고 보니 성공했더라"며 "그 심정은 아마 5천만 국민 모두가 같았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여야 지도부도 모처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작년 4월 이후 11개월 만에 청와대를 찾은 정세균 대표가 "메달 따면 지지율 올라간다던데요"라고 덕담을 건네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걱정됐나요"라고 답해 참석자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현 정부 이후 처음 청와대를 찾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는 "이번 성과가 평창 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됩니까"라고 물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격려도 빼놓지 않았다. 4전5기 도전기로 국민을 감동시킨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 선수는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았고, 봅슬레이 강광배, 스키점프 최홍철, 바이애슬론 문지희 선수 등 비인기 종목 선수들도 헤드테이블에 자리가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고 이규혁 선수를 위로했고, "열악한 상황에서 결승까지 오른 것은 대단한 거다"고 강광배 선수 등을 칭찬했다. 또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를 두 차례나 관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당초 청와대는 오찬 메뉴에 라면을 포함시킬 예정이었다. 양식에 지친 선수들이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청와대 인심에 대한) 소문이 안 좋을까봐 (내가) 빼라고 했다"고 말해 또 한번 폭소가 터졌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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