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요쿰 영상미술'사진작품전 14일까지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선다. 모니터 속의 한 남자가 짖기 시작한다. 평범하던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점점 과격하게 짖어댄다. 무심하게 시작한 '짖는' 행위는 우리 속에 내재된 본성을 이끌어낸다. 한 무리가 단체로 짖어대는 모니터도 있다.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내 속에 숨어있던 동물성과 겹쳐진다. 봉산문화회관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리처드 요쿰의 '앵그리 독(Angry dog)'시리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리처드 요쿰의 전시가 2일부터 14일까지 갤러리 분도와 봉산문화회관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봉산문화회관에서는 영상미술인 '앵그리 독'시리즈가, 갤러리 분도에서는 사진 작품과 영상 미술 '인덱스 핑거(index finger)', '아틀라스 시리즈' 등이 나뉘어 진행된다.
리처드 요쿰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전방위 예술가'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진, 설치,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 속에 담긴 문화적 요소들을 사색하는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그가 가진 생각을 미술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의 예술작품은 때로는 설치미술로, 사진으로, 다큐멘터리로 변주된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제 작업의 중요한 화두는 '대화'입니다. 그리스 신화와의 대화, 여러 가지 철학적 개념과의 대화의 결과가 바로 제 작품이죠. 제 작품은 물론 작업 과정도 중요한 대화의 한 과정입니다."
갤러리 분도에서 열리는 '인덱스 핑거' 시리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세례자 요한'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사진처럼 정지된 줄 알았던 모니터 속 다빈치상은 조금씩 손이 움직인다. 작가가 직접 플라톤, 세례자 요한으로 분장했다. 사진인줄 알았던 이 작품은 비디오 작품으로, 원본과 복제품 사이의 '재현'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평면 작업도 있다. 다양한 질감의 종이를 구긴 후 다시 사진을 찍는다. 즉 2차원의 종이를 3차원으로 만든 후 이것을 다시 2차원으로 만들어내는 작업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품의 프레임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레이어드를 어떻게 하느냐에 작가의 중요한 의도가 숨어있다.
리처드 요쿰은 "종이의 레이어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조각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를 앞두고 만난 리처드 요쿰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개념적 작업이 무척 흥미롭다고 말했다. "조금씩 새로운 작업을 하다보면 전혀 새로운 것을 만납니다. 예술의 흥미로운 부분이죠. 이번 전시는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 될 겁니다."
한편 갤러리 분도는 3월부터 6월까지 현대미술의 자아성찰 3부작 '어!이것 장난이 아닌데? (Wow! This Is Not A Joke, It's Art?)'전 시리즈를 전개한다. 리처드 요쿰전을 시작으로 설치미술가 장준석 초대전, 한국화가 정용국 초대전을 통해 현대미술의 재미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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